|
우리 경제가 새해 벽두부터 초대형 암초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주 출범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 중인 유일호 경제팀은 구조개혁 등 중장기 과제 해결에 앞서 당장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금융시장부터 안정시켜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7일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중국"이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정책대응이 사실상 어렵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달리 중국의 경제상황은 예측이 불가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우리 증시와 외환시장은 위안화 평가절하와 곧 이은 중국 증시의 거래 정지 소식에 하루 종일 출렁거렸고 시장 참가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기관투자가 역할 강화 △회사채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패닉에 가까운 중국 증시상황은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우리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흔들리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한중, 한·베트남 FTA 발효로 수출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 자체가 희망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11~12월)'는 이전 진단보다 부정적 톤이 더 강해졌다. KDI는 특히 수출 부진이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감소해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2%포인트 하락한 72.7%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72.4%)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중국의 경제상황은 이런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세계은행(WB)도 6일(현지시간) 올해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6.9%)보다 낮은 6.7%, 6.5%로 잡아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부동산시장 조정으로 건설업이 위축되고 제조업이 둔화돼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