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어둠에 묻힌 원자재 기업


알코아, 제련소 폐쇄·생산 축소… 노블, 신용 투기등급으로 추락

글렌코어 광산 팔며 생존 이어가… 셰브런은 설비투자 줄이며 긴축

파산보호 신청 기업수 3배 급증

세계 경제침체 등에 직격탄

재정악화… 점점 벼랑 끝으로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의 수요 감소 등으로 원자재 값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원자재 기업들이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익 감소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은 정크(투기)등급까지 떨어졌고 지출 축소에 대규모 감원도 부족해 사업장까지 잇달아 폐쇄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미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기업 알코아는 올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디애나주 에번스빌에 있는 제련소를 1·4분기까지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텍사스주 공장의 생산량도 2·4분기까지 86만톤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두 곳에서 총 1,27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알코아의 로이 하베이 알루미늄사업부 대표는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알루미늄 생산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졌다"며 "알코아는 지난 2007년 이후부터 줄곧 제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련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와 항공기용 알루미늄 공급은 늘리기로 했다. 현재 포드에 트럭용 알루미늄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알코아는 지난해 보잉·에어버스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국 내 알루미늄 산업은 갈수록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15년간 제련소는 22개에서 10개로 줄었으며 알루미늄 업체들도 자체 생산을 줄이고 해외에서 알루미늄을 수입·가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노블그룹은 신용등급이 또다시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12월 말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춘 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날 노블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S&P는 "노블그룹의 단기 유동성이 투자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면서 "원자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자본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등 이유를 밝혔다.

원자재 값 하락 여파로 지난해 60%가량 폭락한 노블의 주가는 7일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9.2%나 떨어졌다. 아울러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노블은 앞으로 자금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업체들의 시련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무디스로부터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의 신용등급을 받은 세계 최대 원자재 업체 글렌코어는 호주와 칠레 광산을 내다 팔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며 지난해 6,000여명을 감원한 미국 2위 석유업체 셰브런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24% 줄이기로 하는 등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다.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원자재 기업 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S&P캐피털IQ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원자재 기업은 58개로 2009년 95개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2014년 20개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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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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