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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사업… 효과적 백신 선택에 성패 달려

박종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159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내 국가예방접종 항목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포함돼 접종비용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194개국 중 총 65개국에서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4개국 중 29개국이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이번 국가 필수예방접종 사업에 다른 감염질환들을 물리치고 자궁경부암 백신이 선택된 이유 중 하나가 질병의 사회적 비용부담이 높은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발암성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암 중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국내에서도 매년 약 3,500여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하루에 2.5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지출은 2010년 672억원에서 2014년 747억원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성공여부는 백신접종을 통해 치명적인 '자궁경부암', 그중에서도 검진으로 찾아내기 힘든 '자궁경부 선암'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예방하느냐에 달려 있다.

약 100여종의 HPV 유형 중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발암성 HPV는 15종으로 이 중 한국 여성에게 자궁경부 선암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발암성 HPV 유전형은 18형(54.2%)과 16형(44.1%)이다. 게다가 이 두 가지 유전형은 전 세계 모든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HPV 16형과 18형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필수예방접종 사업은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한정된 예산으로 암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 비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접종대상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정부가 무료접종 대상으로 언급한 만 12세라는 연령은 면역학적 측면에서 꽤 효율적인 연령이다. 우선 성경험이 없는 청소년기에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15~25세 성인보다 면역반응이 2배 이상 높고 지속효과도 길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성인에서는 총 3회 접종이 권장되는 데 비해 만 9세~14세까지 여아에서는 2회 접종만으로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질환의 위험성과 사회적 부담을 고려할 때 접종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만 12세 이상에서의 자궁경부암 예방은 여전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번 예방접종사업과 더불어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증가추세를 반영해 자궁경부암 검진대상 연령을 30세에서 20세로 낮춘 것은 좋은 예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예방접종 보험혜택 등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 전반적인 접종률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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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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