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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와 중국 증시의 상관관계가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전 세계적인 불안요인이 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중국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그 정도가 유독 심한 편이다. 중국 증시는 시가총액이 7조달러가 넘는 세계 2위 규모의 시장이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중국 당국의 시장 대응 역시 시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 변동성은 매우 큰 상태다. 이러한 중국 증시와 한국 시장의 동조화는 우리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와 같은 방향성을 보였던 한국 증시는 지난 2013년 이후 중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글로벌 경제 위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 대비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 경제둔화 우려로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스피도 하락하며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상하이종합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74인 일본과 0.62인 미국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지난해 8월 상황이 잘 보여준다. 당시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여러 차례에 걸쳐 4.66% 절하하자 상하이지수는 4,000선에서 2주 만에 3,000선까지 주저앉았다. 2,000선이던 코스피지수 역시 이 기간 1,800선까지 급락했다. 올 들어서도 중국 증시가 두 번씩이나 조기 폐장하는 등 급락하자 코스피지수도 8일 한때 1,900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시장을 흔든 경기둔화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증시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안화 약세폭이 투자자들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이로 인한 자본 유출이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현재 외국인은 국내시장에서 25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정책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상하이증시가 단기 패닉 현상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반등 국면을 예상하기도 어렵다"며 "국내 증시의 추가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우리의 대북 방송 등으로 남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 시장 기대치를 밑돈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잠정 실적 등 대내외 악재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대외 악재에 따라 출렁거리는 상황에 삼성전자 실적으로 촉발된 국내 기업 실적 불확실성과 대북 리스크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1,88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하락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또 추락하고 미국 금리 정상화에 따른 한계기업 연쇄 부도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는 코스피가 1,7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현섭·김연하기자 hit812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