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격에 맞는 기업임원 보내라" 경북도의 갑질 논란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기업투자와 신규채용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지역 대기업 임원들을 며칠 간격으로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가진 행사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인을 불러 애로사항을 듣고 투자나 신규채용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겉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릴레이 만찬 회동에 불려 나오는 기업들의 반응은 의외로 밝지 않다. 한 예로 국내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글로벌 경쟁격화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연초부터 중국발 금융쇼크로 비상경영에 돌입해 있는 가운데, 경북도가 만찬 회동의 격을 따지며 굳이 참석대상으로 '최고위 임원'을 고집해서다. 비상경영으로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 회사 최고위 임원 대신 다른 임원을 보내겠다는 통보에 경북도는 격이 떨어진다며 교체를 요구해 해당 기업이 전전긍긍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에 투자와 채용확대를 요청하려면 도지사가 기업이나 산업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투자여건을 조성해 주려는 실질적인 행정이 필요하지, 공관에서 밥먹고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특히 연초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경영진을 일방적으로 호출하는 것은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좋은 취지로 마련한 만찬 회동이 기업경영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 내부에서도 이번 공관 만찬 회동이 겉으로는 기업인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자체의 '갑(甲)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비상경영에 빠진 기업인들을 도지사 공관으로 호출해 저녁 먹고 사진 찍어 언론에 홍보할 게 아니라, 기업 현장의 애로를 듣고 해결해 주려는 노력들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다. 경북도가 할 말은 많겠지만, 평상시도 아니고 기업들이 비상경영으로 정신이 없을 때에 격에 맞는 CEO들을 참석시키라고 한 것은 누가 봐도 뒷말을 낳기에 충분하다. 기업과의 진정한 소통은 격식에 맞춰 밥 먹고 사진찍는 게 아니라, 기업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해소해 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에 있다는 것을 새기면 좋을 것 같다. /사회부=이현종기자 ldhjj1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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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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