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서경이 만난 사람] 임종룡 금융위원장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상황 나빠… 금융업 성과주의 확대해야

평가와 보상 넘어 전문성 키우는데 초점… 노조 직접 만나 설득할 것

ISA에 중위험·중수익 상품 담게 1분기중 '규제 완화 청사진' 발표

금융사 '구조조정 운영협약' 꼭 들어가야… 발빼는 곳 손해 불가피

7일 월요초대석 임종용 금융위원장16
7일 월요초대석 임종용 금융위원장12

평가와 보상 넘어 전문성 키우는데 초점… 노조 직접 만나 설득할 것

ISA에 중위험·중수익 상품 담게 1분기중 '규제 완화 청사진' 발표

금융사 '구조조정 운영협약' 꼭 들어가야… 발빼는 곳 손해 불가피


새해 벽두부터 금융계에 '거친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임종룡(57·사진) 금융위원장은 올해 금융권의 첫 번째 화두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시장 눈치를 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이 지목한 올해 첫 작품은 금융업권 간 융합과 금융회사 성과주의 확대다. 벌써부터 금융회사와 노조의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뛰어넘겠다고 응수했다.

금융계의 조종사로 자신을 칭한 그는 지금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진단했다.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계기(計器)비행이 아니라 달라지는 상황마다 맞서야 하는 수동비행을 하는 처지라는 게 그의 토로다. 조종대를 잡은 그의 시선은 '시장'을 향한다. 오로지 시장만 보고 움직여야 거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경제관료는 대부분 현재 경제상황이 1997년 위기보다는 낫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돈의 흐름을 시시각각 관찰하는 임 위원장은 오히려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전에는 그래도 일관된 흐름이 있었어요. 외환위기 때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다 좋았고 금융위기 때는 모든 국가가 한목소리로 움직였어요. 지금은 변수가 많을 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정책이 각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 많고 그런 여건이 리스크를 키우는 상황이에요. 이런 위험이 올해 중으로는 정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종전에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르는 계기비행을 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움직이는 수동비행을 해야 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국회가 행동을 같이해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그는 '착한 개혁'을 했다고 자평했다. 큰 틀에서 누구나 반대할 수 없는 모범답안만 실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내내 '금융개혁의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올해 금융회사를 움직이는 '거친 개혁'이 끝나면 금융개혁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착한 개혁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고 이제 금융회사가 거친 개혁으로 화답할 차례라는 요구다. 그는 "금융개혁을 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려면 금융회사에 성과주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분명하게 차별하고 판매와 자문 분야는 업권 간 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성과주의 도입은 금융위 내부에서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다. 은행 경영진이 할 일을 금융당국이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임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취임을 위해 강성 노조와 이면 합의를 하는 금융회사 경영진에 성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답변마다 '(농협금융)지주에 있어 보니'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는 호봉제의 폐해와 연봉제 전면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획일적인 호봉제로 인해 연수만 채우면 고임금을 받고 연공서열에 따라 성과평가를 하는 현실에서는 혁신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사고를 내지 않는 게 우대받는다"면서 "이게 보신주의 영업으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임 위원장은 "성과주의는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비단 임금구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며 "평가와 보상에 더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함께 접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바꾸겠다고 천명한 금융공기업과 달리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노사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단언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해 금융회사 노조 관계자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회사 종사자들에게는 조직의 발전을 통해 인정받는 금융인이 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확신했다.

국민이 금융개혁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금융상품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을 때이기도 하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은행의 예적금 일변도인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다양한 금융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자산운용사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 개 그룹은 한 개 운용사만 갖도록 했던 원칙도 7년 만에 바뀐다.

국내 운용사들이 여러 유형 펀드를 한꺼번에 거느리면서 운용 전문성이 떨어져 투자자 이익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펀드 유형이나 스타일별로 자산운용사가 달라지는 것이다.

국민재산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가 지난해 말 도입된 만큼 거기에 담을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도 시동을 건다. 손실제한형·목표수익형 등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상품이 나오도록 운용과 판매 및 광고규제를 낮춘다. 금융위는 1·4분기 안에 이 같은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청사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산업 구조조정과 한계기업 정리의 주축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은 임 위원장이 구조조정 실무를 직접 맡았던 1980~1990년대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정부가 전권을 쥐고 은행을 흔들던 관치가 먹히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지원에서 손을 떼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지난해 말 국회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도구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위기가 있으나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금융회사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수단이었다.

일단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끼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맺어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는 반드시 협약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별로 대출금이 많거나 담보가 있는 기업은 살리고 싶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빠지고 싶을 텐데 A은행이 살리고 싶은 기업을 B은행이 지원하지 않으면 나중에 B은행이 살리고 싶은 기업을 A은행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기업에 소수 은행들이 대출하는 상황에서 모든 은행은 다른 은행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얘기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회사채시장이다. 임 위원장은 "회사채시장의 불안요인을 완화하고 발행과 거래·유통 등 구조개선을 통해 시장의 내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 시 담보의 종류를 넓히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확충할 계획이다.

회사채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AA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도 고민하고 있다. 등급 이외에도 가격과 리스크를 고루 고려하는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He is …

△1959년 전남 보성 △1982년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 △1998년 오리건주립대 대학원 석사 △1981년 행정고시 24회 △1999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1999~2002년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2002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2002~2004년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2004~2006년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2007~2008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2008~2009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09~2010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2010~2011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1~2013년 국무총리실장 △2013~2015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2015년~ 금융위원장







대우證 품은 미래에셋, 자본시장 도약 선도 역할 '증권업계의 삼성전자'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생겨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임 위원장 '메가증권사'에 거는 기대

"증권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대우증권의 우선인수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을 두고 "진정한 리딩 컴퍼니 탄생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임 위원장은 옛 재정경제부 시절, 3년 넘게 증권제도과장을 하면서 자본시장 정책을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임 위원장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본시장에 대한 애착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임 위원장은 30년 넘게 금융정책을 다룬 경험에 비춰볼 때 "과거와 다른 현대 금융은 1등과 2등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가 막힘 없이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이 이제 1등 기업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만큼 1등의 프리미엄이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병하면 자기자본 7조8,587억원의 메가 증권사가 탄생한다. 규모 면에서 2등인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을 크게 넘어설 뿐 아니라 위탁매매 부문의 절대 강자인 대우증권과 자산관리 분야를 특화해온 미래에셋증권의 결합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도 탄탄해진다. 임 위원장은 "미래에셋은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만큼 모험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우리 자본시장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미래에셋에 세 가지 역할을 기대했다. 첫 번째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인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는 "선도자가 움직이면 시장이 그 방향으로 돌아간다"며 "자금동원력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과제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부터 최근 동양증권 사태까지, 일련의 사태로 추락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거대한 증권사가 역할을 다하면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은 미래에셋의 궁극적인 역할이다. 임 위원장은 "해외 진출은 금융회사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눈에서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며 "박 회장이 그동안 보여 준 국제적 감각을 토대로 글로벌 IB로의 도약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 금융시장에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 건넸던 인사를 내년에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정리=임세원기자 why@sed.co.kr

대담=이학인 증권부장leej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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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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