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은 정치권의 투자 압박, 기업이 봉인가

선거철만 되면 기업을 쥐어짜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의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4월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양상이다. 새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투자요청 때문에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서울경제신문 보도다.

삼성은 최근 경북과 전북도로부터 반도체·바이오 관련 투자를 제의 받았다고 한다. LG나 현대자동차도 여러 지자체 및 지역 의원들의 투자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기업 압박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모두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만 결국은 지역주민의 표심을 노린 것에 불과하다. 제품 수요나 판로가 있다면 기업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투자에 나서게 돼 있다.

지금 기업 사정이 좋다면 정치권에서 투자해달라고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실정이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20대 그룹 계열사 10곳 중 4개사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 법정관리·파산신청을 한 기업도 1,500곳에 달했다. 2006년 통합도산법 도입 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소리까지 들리는 이유다.

벌써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데도 계획에 없는 공장 신설을 요구하거나 무턱대고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만 해대니 설득력이 있겠는가. 선거를 의식한 기업 옥죄기로, 기업을 봉 취급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고 기업들만 닦달하기에 앞서 대못규제 철폐 등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드는 게 지자체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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