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은 '수련' 연작이다. 연못에서 피어난 연꽃 못지않게 시린 겨울을 견디고 봄눈을 피운 꽃나무와 주변 풍경을 그린 이 그림도 걸작이다. 화면 오른편을 차지한 나무에서 푸릇한 새잎이, 희끗한 꽃잎이 막 움을 틔웠다. 베퇴유는 전성기의 모네가 살았던 동네인데 모네는 지난 1878년 자신의 후원자이던 오셰데가 파산하고 행방불명되자 그의 아내 알리스와 아이들을 거둬 베퇴유에서 함께 살았다. 이듬해 모네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모네와 알리스는 연인이 됐다. 모네가 새로운 사랑에 빠져들던 바로 그 시기 그려진 이 그림에서 당시 모네의 마음이 읽히는 듯하다. 햇빛이 쏟아지는 야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포착하는 데 집착하다시피 매달렸던 모네는 빠른 붓질로 나뭇가지를 그렸으리라. 그리고 무수히 작은 점들로 잎과 꽃을 찍듯이 그렸다. 슥삭거리던 그의 붓놀림이 사각거리는 봄바람 소리로 관람객의 가슴에 와 닿는다.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은 오는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