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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진정한 가족·성공이란 무엇인가

● 밀리언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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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예전에는 부럽기만 했는데 요즘은, 저렇게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하고 노력했을까 싶어 쨘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꿈을 갖고 도전하라고 여기저기서 재촉하지만 그 과정은 영화가 아닙니다. '성공'은 벼랑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한발짝만 잘못 디뎌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고 이뤘다고 끝도 아닙니다. 그 성공을 유지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요. 사방이 적입니다. 그래서 꿈꾸는 자는 외롭습니다. 나의 꿈을 이끌어주고 성공의 기쁨을 나눌만큼의 진정한 내 편을 만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가족? 가족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내 꿈을 가장 먼저 반대하는 사람,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도 가족입니다. 그런 면에서 <밀리언달러베이비>(2004년작, 클린트 이스투우드 감독)는 진정한 가족과 진정한 성공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한때 잘나가던 복싱코치였던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어느날 매기(힐러리 스웽크)라는 여자가 찾아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매기는 손님들이 남긴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복싱에 대한 꿈을 놓은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른한살짜리 여자가 갖기에는 비현실적 꿈이라며 프랭키는 단호히 거절합니다. 프랭키의 냉담 속에서도 매기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두 사람은 한팀이 됩니다. 꿈을 향한 열정과 성실함, 기초체력을 이미 갖춘 매기는 프랭키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서 일취월장, 나가는 대회마다 1회전 KO승을 거두며 단숨에 스타가 됩니다. 돈도 벌게된 매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콘테이너박스에 살던 가족에게 집을 사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집이 있으면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만 합니다. 딸과의 오랜 불화로 고통받던 프랭키는 같은 처지인 매기에게 더욱 동질감을 느낍니다. 드디어 챔피언 결승전! 매기는 상대방을 쓰러뜨리지만 예기치않은 반칙으로 무참히 쓰러집니다. 어제까지만해도 링위를 펄펄 날아다녔던 매기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됩니다. 목에 구멍을 뚫고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매기에게 가족들은 재산 문제로 싸인을 하라며 입에 볼펜을 물려줍니다. 그 어떤 폭력장면보다 잔인하기 그지없죠. 매기는 프랭키에게 간절하게 부탁합니다. 링위에서의 모든 환희를 간직할 수 있는 지금, 자신을 보내달라고....프랭키가 그토록 강조한 '자신을 보호'할 수 없게된 매기를 위해 프랭키는 일생,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립니다.

한치앞도 알 수 없고 '결국은 죽는 존재인 인간의 삶은 비극'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버티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있고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기에게 프랭키는 가족 이상이며 스승을 뛰어넘은 존재입니다. 프랭키에게 매기도 밀리언달러 베이비(허름한 가게에서 찾은 뜻밖의 보물)였습니다. 두 사람은 슬픔도 기쁨도 진심으로 나눕니다. 외롭고 누추하고 희망의 빛이라곤 없는 두사람이 만나면서 삶은 활기와 사랑이 넘치게 됩니다. 피를 나눈것만으로는 가족이 될 수 없고 챔피언 벨트를 차는 것만으로는 성공했다고 할수 없을겁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매기의 마지막은 눈물나게 비참하지만 프랭키라는 진정한 가족을 만났기에, 꿈을 향해 원없이 달려봤기에, 인생이라는 링에서는 승리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생방송 오늘, 이상호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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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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