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경기부양이냐 위안화 방어냐… 통화정책 딜레마 빠진 중국

어제 증시 장중 3000선 깨지자 인민銀 역외시장서 위안화 매입

직접 위안화 가치 방어 나섰지만 유동성 부족 역내 확대 우려도 제기

금융시장 방향성 잡기 만만찮아


중국 정부의 통화금융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던 당국은 증시 폭락과 대규모 외화 유출에 황급히 방향을 선회하면서 적극적인 위안화 방어로 돌아선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처방에도 중국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위안화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잡기조차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2일 중국 증시는 장중 시진핑 경제의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3,000선이 깨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보다 0.2% 오른 3,022.86을 기록하며 간신히 3,000선을 지켰다. 선전지수도 0.39% 오르며 전날의 폭락을 멈추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증시 추가 하락을 막아낸 것은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은 홍콩의 은행 간 하루짜리 역외위안화(CNH) 대출금리(하이보)를 폭등시키고 있다. 지난 8일 4%였던 CNH 일일물은 11일 13.396%로 뛴 뒤 이날은 53.419%포인트나 급등한 66.815%까지 치솟았다. 이는 인민은행의 위탁을 받은 중국 국영은행들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며 일시적으로 홍콩 내 위안화 유동성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를 사들이는 목적은 규모가 작은 역외시장의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저지해 역내시장에서도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특히 직접 위안화 가치 방어에 뛰어들 기세다. 마쥔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가치는 앞으로 미국 달러화가 아닌 무역상대국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연동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성을 적절히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향후 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시장의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절하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한쥔 중앙재경영도소조 부주임 역시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안화가 고삐 풀린 말처럼 (아래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일 뿐"이라며 지난 이틀 동안 인민은행이 역외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부주임은 이어 "중국은 위안화 환율 관리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개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역외시장 위안화 방어가 최선의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문이다. 역외에서 위안화를 사들여 발생하는 유동성 부족 현상이 역내로도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 안정이라는 목적이 달성된다면 단기금리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위안화 유동성도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내 신용경색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위안화 방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둔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경기를 살리고 기업과 가계의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이 같은 카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이 조만간 금리 인하보다는 통제력이 강한 유동성 정책인 지급준비율(RRR)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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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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