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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도 무대였다-연극배우 백성희 영결식

손숙 사회로 임영웅 손진책 박정자 안호상 이윤택 오현경 등 연극인 230여명 참석한 가운데 엄수

본인 이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서 마지막 무대 올라

국립극장서 고인 추모 노제도 열려

연극 연출가 손진책(왼쪽)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열린 연극배우 고(故) 백성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BR><BR>연극 연출가 손진책(왼쪽)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열린 연극배우 고(故) 백성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




“여러분이 오늘 선생님의 마지막 관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우 손숙이 눈물을 애써 삼키며 입을 뗐다. 객석 곳곳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8일 타계한 연극배우 백성희(본명 이어순이)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열렸다. 연극계의 큰 별은 그가 한평생 바친,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극장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손숙의 사회로 열린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임영웅·박정자·손진책·김성녀·안호상·오현경·김금지·신구·최불암·송승환·박명성 등 연극 관계자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약력 소개에 이어 배우 박정자가 백성희의 회고록(연극의 정석) 서문을 낭독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나는 이 길을 왔어. 다른 어떤 길도 아닌 배우의 길을.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이 길을 나는 죽을 때까지 가는 거야. 그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평생 모른 채 말이야.” 백성희 연극 60주년 기념공연인 ‘백성희 자전극 길’의 한 장면이 영상으로 흘러 나오자 고요한 영결식장은 한층 더 숙연해졌다.

이어 추모사를 낭독한 손진책 연출은 글을 읽는 내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께서 떠나셔서 이 극장은 전설의 극장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가장 행복한 배우이셨기에 슬픔으로 보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수차례 낭독이 중단됐다. 진행 석에 있던 손숙은 손 연출 옆으로 와 어깨를 토닥여줬고, 힘겹게 추모사가 마무리됐다.

고(故) 백성희 영결식에서 조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사진=국립극단<BR><BR><span class=''><div style='text-align: center;max-width: 336px;margin: 0 auto;'><div id='div-gpt-ad-1566459419837-0'><script>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566459419837-0'); });</script></div></div></span><br>고(故) 백성희 영결식에서 조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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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연출가 이윤택의 조시를 바탕으로 명창 안숙선이 조창을 펼쳤고, 고인과 친분이 있던 장사익이 ‘귀천’과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봄날은 간다는 백성희가 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기념작’인 ‘3월의 눈’에서 주인공 이순을 연기하며 흥얼거린 노래다.

헌화로 마무리된 영결식은 노제로 이어졌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노제에선 국립창극단 단원과 손진책 연출이 지휘하는 마당극 ‘춘향이 온다’ 팀 48명이 만가(挽歌)와 씻김굿을 공연했다.

“연극에 인생을 건 사람들아. 투정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곧장 가시게. 그러면 극장 문이 열리고 관객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어디선가 자네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야. 안녕, 다들 모두 안녕.”(안숙선 조창 中) 그렇게 연극계의 산증인이요 큰 별은 무대 위에 영원히 잠들었다.

국립창극단 단원과 마당극 ‘춘향이 온다’ 출연진이 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고(故) 백성희를 추모하는 노제를 펼치고 있다./사진=국립극장<BR><BR>국립창극단 단원과 마당극 ‘춘향이 온다’ 출연진이 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고(故) 백성희를 추모하는 노제를 펼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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