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각] '공직'이라 쓰고 '총선'이라 읽은 장관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이전인 오는 14일까지 모든 공직자는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후부터는 선거법 규정에 따른 방송이나 보도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방송 출연 등도 할 수 없다.

4월13일 치러지는 총선은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겠지만 현 정권의 손발 역할을 했던 주요 각료들이 얼마나 여의도에 입성할지도 큰 관심사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지난달 총선용 개각까지 단행했다. 각료들의 잇단 출마가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출마를 위해 12일 한꺼번에 공직을 떠났다.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총리실 고위관계자들도 상당수 출사표를 내던진 상황이다.

문제는 선거에 나서는 장관급 인사들이 대규모라는 점과 이들이 사실상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후에도 현직 공무원으로의 신분을 지나치게 길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비록 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 사퇴'라는 점을 어기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각료라는 신분에 힘입어 경쟁자들에 비해 유권자들에게 훨씬 자주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장관의 경우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후 무려 두 달 넘게 장관직을 유지했다. 사의 발표 후 그는 연말 이웃돕기 행사와 대규모 정부 행사 등에 참석함으로써 각종 언론에서 유권자들에게 빈번하게 노출됐다. 또 다른 장관은 현직에 있으면서도 향후 선거를 치를 참모진을 물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적 기한을 최대한 이용했다는 것은 장관 신분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도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장관 개인들은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과연 다른 후보나 유권자들도 같은 생각일지 의문이다. 며칠 전 여당이 현직 장관들의 경우 총선 출마가 처음이더라도 신인으로 가산점을 주지 않기로 한 점도 사실상 이를 인정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선거법상 '노출 한계치'를 꽉꽉 채우고 결전에 나서는 각료들의 앞모습은 당당해 보일지 모르지만 뒷모습까지 아름다울지는 되짚어볼 문제다.

가장 공정해야 하는 것이 선거다. 공정하다는 것은 모든 후보자에게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가르치고 있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 후면 본격적인 선거철로 접어든다. 겉뿐 아니라 속까지 공정한 총선이 될 수 있을지 눈을 부릅떠야 할 때다.

한영일 사회부 차장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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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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