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봇 혁명] 보행보조서 산업기자재 운반까지… 웨어러블 로봇, 삶의 한 부분이 된다

<3> SF영화서 현실로 내려온 '입는 로봇'


日 혼다 지난해 '보행 어시스트' 상용화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업체도 개발 박차

사람이 입고 조작해 오작동 불안감 적어 건설·농업·의료 등 활용 분야도 다양

자연스런 행동 재현 '동력원 기술' 과제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을 다룬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웨어러블 로봇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병사들은 하나같이 '엑소 슈트'라고 불리는 전투 장비를 외투처럼 입고 전투에 나선다. 웨어러블 장비 덕에 군인들은 더 빨리 달리고 팔에서 총을 쏠 수 있고 외계 생명체와 대적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웨어러블 로봇인 '헐크(HULC)'는 90㎏ 이상의 짐을 짊어지고 시속 16㎞로 뛰어다닐 수 있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웨어러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웨어러블은 인간의 능력을 보완해주고 확장해준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센서와 모터·감속기·배터리·제어기 등으로 구성된다. 착용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면서 기계의 힘을 이용해 근력 등을 강화해주는 장치라고 보면 쉽다.

당장 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이동과 간병 등이 사회문제다. 우리나라만 해도 오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노인비중 14%)가 되고 2030년에는 노동인구가 280만명이나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이 되는 게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다. 스마트카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고령화가 꼽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은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걸을 수 있게 하거나 노약자의 보행을 돕는 제품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상용화를 준비 중인 '로빈'은 기계에 하체를 고정하고 목발이나 지팡이 등 보조장치를 짚고 일어나면 착용자의 조작에 따라 한 걸음씩 걸을 수 있다. 지금은 걷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일일이 조정을 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뇌파를 읽어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이 가능하다. 실제 이동 보조 로봇 'HAL'은 착용자의 "걷고 싶다"는 생각을 신호로 포착해 해당 동작을 하도록 하는 작동원리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4년 보행보조 장치를 통해 사람의 근력 향상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기술에 대해 미국에 특허를 냈다.

상품화된 제품도 있다. 지난해 혼다는 보행이 불편한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보행 어시스트'의 임대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가 진행되면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요구도는 매우 커질 것"이라며 "휴머노이드와 달리 착용식 로봇은 인간이 인지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완전 자동화 구현을 하는 여타 로봇보다 활용도가 자유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웨어러블의 활용도는 넓다. 1차적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작동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인간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는 전쟁 이외에도 건설이나 농업 등 적용 분야가 많다. 기본적으로 △산업용 △군사용 △생활지원용 △의료용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도 산업현장에서 이용될 수 있는 제품이다. 2013년 30㎏을 들 수 있도록 제작돼 시연까지 마친 상태다. 이르면 내년 초에는 두 배 수준인 60㎏을 들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된다. 파나소닉도 물류창고나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주는 '어시스트 슈트'의 판매에 나섰다. 생기원의 '하이퍼'는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재난환경에서 소방관들이 무거운 물건이나 사람을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은 주로 외골격 로봇(robotic exoskeleton)이 주를 이룬다. 곤충처럼 뼈대가 외부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시장조사업체인 ABI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외골격 로봇 산업은 2014년 6,800만달러(약 823억원)에서 연평균 39.6% 성장해 2025년에는 1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쟁국보다 시작은 10년가량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만 웨어러블 로봇에도 기술장벽은 있다. 바로 동력원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해 오랜 시간 동안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아크 원자로 덕이다.

현실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동력원 해결이 과제다. 보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하거나 도울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력원을 어떻게 푸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전기자동차와 비슷한 운명이다. 플러그를 쓰게 되면 이동반경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의 관계자는 "로봇에서 동력원은 에너지 효율 및 운용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통상적으로 배터리라고 부르는 2차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앞으로는 기계 같은 로봇이 아닌 슈트 형태로 가벼워지고 편한 웨어러블 로봇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기사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