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업대국의 전제조건-강시우 창업진흥원장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는 A씨는 본인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회사의 핵심역량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창업 준비기간 동안 생계 유지가 막막해서 창업을 포기했다.

우리 주위에는 혁신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싶지만 창업 준비기간 동안의 생계 걱정으로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국공립연구소나 민간회사의 경우는 비자발적으로 실직하고 창업활동을 하면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위해서 실업급여를 지급 받는다. 그러나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창업을 할 경우 생계지원은 없다. 정부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보다 많은 창의적 인재가 기술과 지식기반의 창업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이 마음 놓고 창업에 전념하게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혁신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 안전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근로자를 잠재적 예비창업자로 인식하고 이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고용보험법상 창업을 정당한 이직사유로 인정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창업 안전망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기회형 창업비중이 높은 덴마크는 실업자 보상제도라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실직 전 소득의 최대 90%를 최대 2년 동안 지원해 기초적인 생계 부담을 덜어 준다. 또 영국은 실업자의 창업지원을 위해 EAS(Enterprise Allowance Scheme)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약 5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ACCRE(Aide aux Chomeurs Createurs et aux Repreneurs d'Entreprises)'라는 창업 안전망을 통해 연간 평균 약 8만개의 창업기업이 생겨났고 기업당 평균 2.2명의 추가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우수 기술인력들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망 아이디어로 창업해 고성장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고용 창출은 물론 고용보험의 재원이 추가돼 궁극적으로 실업률 감소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어려운 창업을 결정한 창업자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주고 창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창업 안전망 제도의 도입문제는 현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원을 발굴하는 데 창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창업 안전망 제도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창업 안전망 구축으로 A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더 이상 없고 대한민국이 창업대국이 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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