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문화 및 한국인의 정체성 연구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미국 인류학자 낸시 에이블먼(사진) 박사가 지난 6일 5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에이블먼 박사는 미 중서부의 명문 주립대인 일리노이대에서 한국학 연구에 주력했다. 그는 '여성의 삶을 통해 본 현대 한국 사회 변화 양상' '한국계 대학생들의 특징과 대학 내 인종 분리 문제' '한국의 조기 유학 열풍' 등에 관한 연구와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았고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
고인은 1984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한국의 농민운동과 사회운동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고 1987년부터 1988년까지는 전북 고창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빈집을 빌려 살면서 현지조사를 했다. 그는 가족·계급·성별·교육·이민·사회이동 등을 분석 틀로 삼았다. 에이블먼 박사는 1980년대 동아시아 연구의 주류였던 일본학을 공부하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것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TV 드라마 '전원일기'를 열심히 시청하면서 한국말을 배웠다는 일화도 있다. 2005~2008년 동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 디렉터, 2009년부터는 인문학연구센터 부소장 등을 맡아왔다. 유가족으로는 같은 학교 화학과 교수인 남편 앤드루 게워스, 대학 1학년생인 쌍둥이 딸과 열네 살 된 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