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 몸은 선진국 머리는 개발도상국"

정순원 금통위원, 첫 대외행보

"모방경제 한계 봉착" 쓴소리

정순원 금통위원


정순원(사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한국은 '몸은 선진국, 머리는 개발도상국'인 상태"라며 "우리가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모방경제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은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중학교 사회과 교사 40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직무연수 중 '한국 경제, 이상과 현실'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통위는 올해부터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강의 등 대외활동 일정과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정 위원의 강연은 이주열 총재가 신년 들어 금융위원에게 대외활동에 나서달라는 당부 이후 첫 번째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고 성장률도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OECD 국가의 지난 2014년 경상수지를 비교해보면 한국(892억달러)은 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 번째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정 위원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이고 생활 수준은 선진국에 버금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 위원은 모방경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몸은 선진국, 머리는 개발도상국'인 상태"라며 "경제·과학기술 등 물적 기반은 선진국에 근접한 반면 시민의식 등 정신적 기반은 아직 선진국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흡한 고령화 대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등도 우리가 미래를 비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정 위원은 이날 강연을 들은 교사들에게 "학생들에게 혁신과 창의적 능력의 중요성을 가르쳐달라"며 "모방경제의 덕목이었던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 차근차근 제대로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기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갖는 역할의 한계를 인식하고 책임 의식을 통해 자기 존엄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연선·김상훈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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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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