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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출마론이 새누리당 내부 분란만 더 키운 모양새가 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7일 험지출마 요구를 거부한 채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 출마 지역구를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 마포갑에,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것으로 출마 지역과 관련한 논란을 매듭지었다. 강북벨트의 출마를 요청한 당 지도부의 험지출마 요구를 거스른 결정이다.
두 거물의 출마선언에 새누리당의 해당 지역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두 지역이 험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마포갑에서 출마를 선언한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자신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꺾은 만큼 마포갑이 험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종로에서 경선을 준비 중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자체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저와 오세훈 후보가 모두 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당에서 한 여론조사도 동일한 결과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험지출마론이 힘을 잃은 배경으로는 상향식 공천이 꼽혔다.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다 보니 전략공천과 유사한 '험지출마론'이 서로 부딪히는 것으로 비쳐졌다. 당 지도부의 전략을 후보에게 위에서 아래로 관철시키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더욱이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 모두가 여론에 인지도가 높은 거물이다 보니 국민 여론이 높게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룰에서는 자신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과 관련해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 당의 공천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의 조율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전 의원과 박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 앞에서 당 지도부가 출마지역 사전 조율에 무력했음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가 (오 전 시장을) 여러 번 만나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당 지도부의 조율에 한계가 있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