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지점장을 小 CEO로 키운다" 윤종규의 새 실험 성공할까

새 영업조직망 파트너십그룹 도입… 여러 지점 총괄 PG장 148명 배치

인사·평가·예산배정 등 권한 가져… 윤회장 "현장형 리더 양성" 의지


"지점장을 은행의 소 CEO(최고경영자)로 만들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취임 초부터 본점의 힘을 빼고 지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은행 영업의 핵심은 지점인데 지점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본점의 입김이 거세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지점장들이 본점에서 내려주는 핵심성과지표(KPI)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인 탓에 국민은행 내부에서 '현장형 리더'가 양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윤 회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또 지점이 워낙 많다 보니 같은 점주권에 있는 지점끼리 실적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영업 현장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윤 회장의 영업체계 개편이 1년여 만에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업체계 개편은 곧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다 국내 최대 리테일 뱅크라는 국민은행의 위상 때문에 이번에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은행권의 관심이 높다.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영업조직망인 '파트너십 그룹(PG)' 체제를 도입하고 148명의 PG장들을 배치했다. PG장은 1개 직할 지점을 운영하면서 4~11개의 지점을 함께 운용하는 자리로 영업 현장의 '소 CEO'라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영업체계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G장 체계의 예를 쉽게 들면 강남 신사동 지점장이 PG장을 맡아 압구정·강남역·언주로·청담역·선릉역·무역센터·대치동 지점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각 PG장들은 단순히 고참 지점장의 개념이 아니다. 정식 임원은 아니지만 '지역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되고 PG 내 직원의 인사이동·평가 등의 권한을 갖는 등 CEO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PG 내 지점의 정기예산 배정 및 관리 권한을 갖고 성과 관리, 연체 관리, 회의체 운영 등도 담당한다. 기존 본점의 권한도 상당 부분 PG장에게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영업조직은 기존 33개 지역본부와 1,122개 지점(출장소 포함) 체계에서 30개 지역영업그룹과 148개 PG, PG 소속 1,122개 지점 체계로 전환됐다. 특히 강남 ·명동 등 스타 PB센터 세 곳을 제외한 다른 PB센터들이 WM(자산관리)그룹 소속에서 PG 소속으로 편입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나의 PG 안에 기업금융·자산관리 등 다양한 전문성을 보유한 지점들을 배치해 협업체계를 만들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영업의 핵심인 KPI 역시 PG 체계에 맞게 손질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지점 실적이 100%였다면 앞으로는 지점 실적 70%에 PG 실적 30%를 더하는 체계로 바뀌게 된다"며 "공동영업권을 중심으로 지점 간 공동 마케팅이나 협업체계를 구축해 개별 지점에 부족한 기능을 상호 보완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들 148명의 PG장들은 차기 국민은행을 이끌어갈 임원 후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 리더십 있는 임원 후보들을 키우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PG장 체계 도입으로 기존 지점 단위에서 유치하기 어려웠던 영업 기회를 함께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력 양성 차원에서도 현장에서 리더십을 갖춘 관리자를 키워낸다는 의미가 있어 제대로 자리 잡으면 은행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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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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