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 멀지 않았다

뉴 텍사스 발사장으로 파손 없이 회수된 블루오리진의 발사체 ‘뉴 셰퍼드’의 모습, 발사체 아랫부분에 검게 발사의 흔적이 남이 있다. <BR><BR>뉴 텍사스 발사장으로 파손 없이 회수된 블루오리진의 발사체 ‘뉴 셰퍼드’의 모습, 발사체 아랫부분에 검게 발사의 흔적이 남이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팔컨9’ 로켓이 굉음과 함께 발사됐다. 11분후 발사대로부터 10㎞ 남쪽. 15층 높이의 1단 추진 로켓이 수직으로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와 사뿐히 착륙한다. 역추진 로켓을 이용해 내려앉은 로켓은 회수돼 재사용하게 된다. 싣고 있던 위성 11개는 모두 우주 궤도에 안착시켰다. 앞서 지난 11월 23일에는 블루 오리진이 ‘뉴 셰퍼드’ 로켓을 100㎞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가 다시 수직으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달 만에 민간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 X는 ‘팰컨 9’을 200㎞ 상공까지 발사했다가 회수한 것이다. 회수한 ‘팰컨 9’로켓을 점검한 결과 재사용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런 손상이 없습니다. 다시 쏠 준비가 끝났습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재회수한 팰컨9의 상태를 보고 받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로켓 재활용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금까지 로켓은 한번 쓰면 버리는 것으로 간주됐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천억원을 들여 발사체인 로켓 한대를 만들었다. NASA의 아틀라스, 델타 같은 발사체를 한 번 쏘는 데 필요한 비용은 2,7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2019년 첫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는 기술 개발비 등 총 사업비가 1조9,572억원에 달한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로켓 발사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머스크는 이날 인터뷰에서 “만약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우주여행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며 “몇 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여행은 지상 100㎞ 상공에 올라 지구를 조망하거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게 중심이다. 현재 우주여행은 1인당 수백억원이 든다. 민간인 최초로 우주여행에 나섰던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는 2001년 4월 러시아 항공우주국에 2,000만 달러(약 240억원)를 내고 우주정거장에 다녀왔다.


민간 우주사업은 억만장자 등이 주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2011년 민간 우주 비행기를 개발하는 ‘스트라토 런치시스템’을 설립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레리 페이지,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우주 자원개발 회사인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의 주요 투자자다. 영국의 부호 리처드 브랜슨은 민간 우주기업인 ‘버진 갤럭틱’을 이끌고 있다. 브랜슨은 최근 보잉 747-400을 이용해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버진 갤럭틱의 수송용 제트비행기인 ‘화이트나이트2’. 버진 갤럭틱은 중고 보잉  제트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BR><BR>버진 갤럭틱의 수송용 제트비행기인 ‘화이트나이트2’. 버진 갤럭틱은 중고 보잉 제트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간 우주여행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잇따라 로켓 재활용 실험에 성공하면서 일반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켓 발사는 단가가 중요한데 로켓을 재활용한다면 비용을 10분의 1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베조스는 “로켓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은 보잉 747여객기를 타고 한번 외국에 다녀온 뒤 여객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며 “로켓 회수는 우주 여행 비용 구조를 완전히 바꿀 결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공개한 1회 발사비는 팰컨9이 6,120만달러(약 734억원), 더 많은 물건을 실을 수 있는 팰컨 헤비가 9,000만달러(약 1,080억원)억원이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0만 달러(2억4,000만원) 정도 라며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 발사 비용을 현재보다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우주발사체 경쟁은 ‘우주여행’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발사체는 우주 자원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NASA는 지구 인근의 1,500여 개 소행성 가운데 10% 정도가 금, 니켈, 백금 등 귀중한 광물자원을 다량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이 현실화하면 연료로 사용하는 헬륨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달에는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하나 적은 ‘헬륨3’가 풍부하게 존재한다. 헬륨3 가치는 t당 40억달러, 우리 돈으로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에 있는 헬륨3를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우주 여행에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는 ‘중력’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권을 탈출할 수 있는 최소 속도는 초속 10㎞. 대기 중 산소를 빨아 들여 연료를 연소시키는 비행기 엔진으로는 대기가 없는 우주로는 갈 수 없다. 발사체만이 자체적으로 산소와 연료를 싣고 다니며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늦게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2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경험이 있지만 발사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단 로켓은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다. 정부는 2019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주요 실험 설비를 만들고 현재 발사체에 들어갈 75t급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진 연소 실험은 이르면 올해 3월부터 시작된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해야 미래에 열릴 자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막 자력으로 발사체 개발에 뛰어든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서둘러야 한다.

문병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