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 수익성 안맞아 떠나야 하는데 지자체 목소리에 힘겨운 삼성

■ 광주광역시장이 삼성전자 임원 만난 이유는

"생산 라인 이전… 지역경제 악영향" 추가 이전 계획·투자 확대 등 협의

글로벌 불황 속 비용절감 필요한데 기업 자율적 의사 결정 저해할수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찾은 윤장현 광주시장
윤장현(오른쪽) 광주시장이 지난 8일 광주 광산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 해외 이전에 따른 향후 대책 등을 회사 임원진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21일 상경해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업인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삼성전자가 광주공장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윤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광주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시장이 당초 언론 인터뷰 일정이 있었고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이전에 대한 지역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에 간 김에 삼성 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시설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한 만남은 아니고 평소 사업장이 있는 지역 단체장과 종종 만나 협의하던 것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시장은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생산시설의 추가 이전계획이 있는지를 묻고 투자를 늘려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은 이달 초 냉장고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이 발단이 됐다.

가전공장에서 냉장고 라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이전에 대한 광주의 불안감은 크다. 생산시설 이전으로 일자리가 줄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대규모 가전공장을 짓고 있어 냉장고 외에 다른 생산라인의 추가 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냉장고 외에 세탁기 라인 2개 가운데 1개를 폐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자체 단체장의 기업 방문을 조금은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자체 단체장이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뛰는 것은 좋지만 자칫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행위까지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휴시설 폐쇄와 이전 등은 1차적으로 해당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업이 죽으면 일자리는 아예 사라진다"며 "삼성전자의 생산시설 이전은 글로벌 생산전략과 비용절감 목표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은 TV 판매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4분기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지만 올해는 낙관할 수 없다. 주요 시장인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져 소비위축이 우려된다.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 업체를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 4·4분기 6조1,000억원으로 간신히 6조원을 지켜냈다. 품질경쟁력 향상 못지 않게 전 세계적으로 생산시설 조정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은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 비중을 적절히 맞춰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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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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