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기전자과 취업률 90% 훌쩍… 고졸 성공시대 열어가는 서울공고

특성화고 주역 서울공고 가보니

"대학은 필요하면 갈 것"… 연필 대신 공구 들고 구슬땀

입학 때부터 명확한 목표 설정해 자기주도학습 몰입

4년대졸보다 취업 잘되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한몫

취업률 72%, 서울공고 취재
서울공업고등학교 전기전자과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동력제어 실습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취업률 72%, 서울공고 취재2
이상범 교장

동장군이 위세를 떨친 21일 아침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 성림관. 오전8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이정빈(17·전기전자과 2학년)군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학 중이지만 석달 앞으로 다가온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파를 뚫고 학교에 나온 것이다. 이군은 서랍에서 연필 대신 전동드라이버를 꺼내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몇 해 전 삼성중공업에 합격한 선배가 후배들에게 보내 준 회사 작업복이다. 이군은 "선생님이 짜 준 도면을 바탕으로 21가지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해 마지막에 기계가 작동하는 것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내신이 상위 20% 안에 들었던 이군은 전기 기술자인 아버지가 기술을 먼저 배울 것을 추천해 서울공고 전기전자과에 소신 지원했다. 그는 "전력통신(PLC) 프로그래머가 꿈"이라며 "일단 취업을 한 후에 필요하면 대학에 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이 학교 전기전자과의 취업률은 90%를 넘겼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기술에는 정년이 없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일반고에서도 고졸 취업을 목표로 특성화고에 기술 교육을 위탁받거나 학원에서 기술교육을 받는 사례도 부쩍 증가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수요에 따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 비율을 현재 19%에서 오는 2022년에는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취업률 71.6%를 달성한 서울공고가 '고졸 성공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서울공고 졸업생들은 공무원 기술직 취업도 활발하다. 올해 서울특별시와 서울시교육청의 9급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27명이 합격해 전국 특성화고 중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서울시 9급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합격한 김민수(18)군은 공무원이 된 선배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김군은 "전공과목 선생님이 매달 5년 뒤, 10년 뒤 계획을 써보라고 하고 상담을 해줬다"며 "2학년 때 PLC 연구 동아리에 들어가서 기기에 깔리는 회로 설치를 실습하고 방학 때마다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 대비 수업을 들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군과 함께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된 김진태(18)군은 "부모님이 서울공고에 진학하고 나서도 대학을 가라며 반대를 하셨는데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주변에 특성화고 진학을 추천하신다"고 뿌듯해 했다.

서울공고는 1899년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설립된 후 117년 역사를 지닌 뼈대 있는 학교다. 올해 공공기관에 30명,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에 25명을 취업시켰고 중소기업 합격자도 260명에 달했다. 졸업생 10명 가운데 7명이 직장을 찾아 취업이 가장 잘되는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졸업생의 취업률(65.6%)보다도 높다. 이상범(사진) 교장이 부임한 후 2013년까지만 해도 35%에 불과하던 졸업생 취업률이 2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이 학교의 성공 비결은 '뚜렷한 목표 의식'과 '자기주도학습'으로 요약된다. 입학 때부터 오리엔테이션과 전공체험 기회로 기술이라는 한 우물만 판다. 오리엔테이션 때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진로에 대해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고 스스로의 목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의 목표는 '나의 목표'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함께 교실·학과사무실·복도에 붙여 목표의식을 불어넣는다. 입학 전에 미리 전공 기능반, 전공 동아리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날도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 4명이 실습실을 찾았다. 신입생 권영범군은 "중학교 내신은 30% 이내에 들었지만 서울공고 전기전자과가 취업에 강하다는 소문을 듣고 지원했다"며 "직접 와서 보니 어떻게 준비해서 취업을 해야 할지 자신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으로는 1학년 때는 전공 스터디, 2학년 때 전공 동아리 교육, 3학년은 취업 맞춤반이 진행된다. 목표나 성향에 따라 끊임없이 선택을 달리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에 강해진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자동제어·세라믹캐드 등 전공 동아리만 해도 18개에 달한다. 전공 동아리에서는 주로 전공 심화 과정을 배우다 보니 일정한 실력을 갖춰야 입단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다.

이 서울공고 교장은 "취업률만 높이는 것을 넘어 취업하는 기업들의 질을 높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교장과 교사가 매달 취업한 아이들이 있는 기업으로 직접 지도를 나가고 협력기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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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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