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정구현의 승마속으로] 마술의 품격하체 힘이 만든다

<23> 말 위에서 잘 지내기 <하>


하체는 기승자의 자세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리는 특히 말의 몸체와 직접 닿아 있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부조 역할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양쪽 다리의 힘이 균등하지 못하면 말이 똑바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리 힘이 부족한 쪽으로 따라가고는 합니다. 이런 원리를 역으로 이용해 말의 방향성을 조정하고 마체를 휘게 해 운동 효과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기승자의 의도와 다르게 말의 몸통이 휘어진다면 다리에 균등한 힘을 주지 못해 잘못된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말을 얼마나 기승자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느냐가 마술(馬術)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니까요.

허벅지, 균형 유지 역할… 말 리듬 맞춘 강약 조절 필요

신체에서 근육량이 많은 허벅지는 상체를 안장에 고정해주는 중심 역할을 합니다. 만약 허벅지가 뜨거나 힘이 부족하다면 기승자는 말의 반동으로 튕겨 나갈 겁니다. 그렇다고 항상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을 순 없지요. 힘만으로 탄다면 힘센 장사가 말을 제일 잘 타겠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기승자는 요령껏 말의 리듬에 맞춰 강약조절을 해서 잘 타야 합니다. 리듬을 타지 못하면 허벅다리에 쥐가 나거나 말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말의 리듬에 따라 몸을 잘 적응시켜 타는 사람이 고수입니다.

종아리는 일정한 자극으로 추진·정지·방향 지시해야

다음은 종아리를 보겠습니다. 종아리는 말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말의 몸을 휘게 만드는 데 큰 기능을 합니다. 보통 좌우 종아리의 균형을 유지하고 균등하게 말의 아랫배를 눌러주면 앞으로 직진하는 게 기본입니다. 나중에는 양쪽 종아리 힘의 조절이나 자극 빈도를 통해 마체를 휘게 함으로써 원 운동이나 8자 운동에 활용하게 되지요. 교관으로부터 다리를 쓰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다리를 사용해 말을 추진하거나 멈추게 할 때 일정한 강도와 빈도로 자극을 주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육이 종아리 안쪽의 넓적한 근육입니다. 종아리가 닿는 말의 복부는 직접 말에 명령할 수 있는 부위로 자극에 민감합니다. 고수가 되려면 종아리를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 하겠지요. 고수일수록 박차보다는 종아리로 말과 교신을 합니다.

발은 배에 닿지 않게하고 뒤꿈치 낮춰야 균형유지 도움

끝으로 발입니다. 발은 등자(D자형 발 디딤쇠)와 연결돼 말에 간혹 강한 명령을 줄 수 있게 박차(부츠 뒤에 부착한 쇠로 만든 도구)를 착용하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자세를 잘못 잡으면 의도하지 않게 박차로 말을 자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발뒤꿈치가 말의 배를 긁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기승자의 다리가 '11'자가 되게 만드는 게 좋습니다. 앞에서 봤을 때는 아래쪽 다리가 벌어져 있지 않도록 해야 훨씬 보기도 좋고 효율적인 자세가 됩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발뒤꿈치는 발가락보다 낮추는 것이 균형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기술과 상황에 따라 자세와 위치가 바뀔 수는 있겠으나 이 자세를 유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몸에 힘을 빼고 등자는 발가락이 걸치게끔 밟아야 하며 발을 가볍게 올려놓아야 합니다. 강한 힘으로 밟으면 진동으로 기승자의 균형이 흐트러질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자세의 다양한 부분을 익혀가는 데 승마의 진정한 매력이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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