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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병묵 성균관대 교수 "새의 조상은 공룡" 새 증거 찾아

티라노사우루스 생존율 곡선 분석

타조·매 등 조류와 닮은꼴 규명

원병묵 교수

우리나라 과학자가 공룡이 조류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공룡이 현존하는 새의 조상일 수 있다는 학설에 대한 증거를 추가한 것이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원병묵(사진)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는 공룡 중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과(科)'의 생존 전략과 노화 과정이 조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티라노사우루스 과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알베르토사우루스, 고르고사우루스 등이 포함된다.

원 교수는 그레고리 에릭슨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연구팀이 2004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명표를 활용해 생존율 곡선과 생존전략 등을 분석했다. 생명표는 특정 생물 종의 연령대별 생존율과 사망률을 정리한 것이다. 생명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태어난 뒤 2년 동안이 유아기, 이후 18년까지가 청소년기이며 이후 성인기라고 분석했다. 특히 14~18년까지의 청소년기에는 하루 2㎏씩 몸무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 교수는 이 생명표에 자신이 2002년 최초로 개발한 '수정된 늘어진(modified stretched) 지수 함수'를 적용해 티라노사우루스의 나이별 생존율 곡선을 도출했다. 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가 유아기 때는 다른 포식자에 많이 잡혀 먹어 죽지만 몸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청소년기 이후로는 '천수'를 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이 생존율 곡선 추이가 인간이나 고릴라·악어보다는 타조·매 등의 조류와 비슷했다. 원 교수는 "전체 수명 60%인 청소년기에 외형을 급격히 늘려 생존하고 성인기가 늦게 찾아오는 만큼 새끼를 낳고 기르는 것이 늦어져 노화 역시 미뤄지는 특성은 조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룡과 조류의 유사성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실제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해부학적 증거는 최근 연이어 연구, 또는 발견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캐나다 캘거리대와 캐나다 왕립 티렐 고생물학박물관 공동 연구팀이 새와 유사한 공룡으로 간주되는 '마니랍토란'의 알을 새의 알과 비교한 결과 둘 다 알 표면에 다공성(표면에 작은 빈틈을 많이 가진 상태)이 낮은 점을 밝혀냈다. 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룡과 조류의 유사성을 해부학적 관점이 아니라 수학모델을 통해 통계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룡 연구는 보통 고생물학자들이 하는 것과 달리 나노물질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재료공학자가, 그것도 팀이 아닌 단독 연구로 낸 점도 이번 성과의 특징이다. 원 교수는 "'수정된 늘어진 지수 함수'는 2002년 LG전자 재직 당시 전자제품 수명 설계를 위해 고안한 것으로 지난해 미래부 기초연구사업 과제를 수행하며 티라노사우루스에도 적용해 성과를 거뒀다"며 "현재 암 환자의 생존율 추이 분석에도 함수를 적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22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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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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