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청렴은 능력이다

조재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장

조재준 권익위 청렴연수원장

얼마 전 송년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한 친구가 청렴교육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논조의 이야기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술이 좀 들어간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열변을 토했고 결국 대화에 평행선만 긋다가 결론 없이 멋쩍게 그만뒀다.

청렴교육은 지식 전달의 측면도 있지만 청렴을 실천하는 역량 강화에 더 큰 목적이 있다.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사람은 언제든 청렴을 실천하려 하지만 조직문화 등 주변 여건으로 그러지 못할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청렴교육보다 부패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제도나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맹점이 있다. 누구나 무엇이 청렴이고 무엇이 부패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어떤 순간에도 청렴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잘못된 업무 행태를 두고 한 사람은 관행이라 칭하고 다른 사람은 부패로 본다. 업무상 유혹이 있을 경우 한 사람은 쉽게 굴복하고 다른 사람은 강하게 저항한다. 결국 청렴을 느끼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능력, 즉 청렴 역량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역량은 청렴교육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더그 레닉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부사장은 세계 최고 리더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조사했는데 그것은 출생지, 학교, 좋은 인맥도 아닌 '높은 도덕성'이었다. 즉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우수한 기업을 육성하는 자질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시쳇말로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청렴 역량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개인은 청렴해짐과 동시에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과거 청렴교육은 공직자의 의무로 청렴, 뇌물수수 및 청탁 금지를 강조하다 보니 교육생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방식에서 전환해 내가 얼마나 청렴한 능력을 가졌는지 알도록 하고 그중 부족한 역량을 일깨워주고 이를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지도해준다면 청렴 실천 능력을 가진 공직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공직자의 청렴 역량을 청렴민감성·청렴판단력·청렴동기화·청렴수행력의 네 가지 요소로 구체화했다. 그리고 지난해 각각의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 공직자 청렴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측정 결과를 토대로 개인의 부족한 역량을 컨설팅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하반기 교육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청탁금지법이 제정되고 올해 1월에는 공공사업 부패 방지를 위한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정책과 더불어 공직자 내면의 청렴에 대한 실천 역량을 일깨우는 청렴교육이 활성화된다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 및 청렴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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