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미약품 '비아그라 소송' 1승1패

화이자 상대로 '마름모꼴 모양' 독점사용 권리 취소소송서 쓴맛

특허법원 "글자 새겼다고 취소사유 안돼"… 유사소송에 영향 줄듯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를 상대로 "비아그라의 '푸른 마름모꼴 모양'을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지난해 화이자가 먼저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승리하며 멋지게 방어했지만 반격에 나선 소송에서는 패한 셈이다.

특허법원 제4부(이정석 부장판사)는 한미약품이 화이자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취소 소송에서 한미약품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측의 소송전은 지난 2012년 화이자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미약품이 비아그라와 비슷한 모양·색의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을 판매하자 "우리 제품을 따라 하지 말라"며 소송을 냈다.

침해 금지 소송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최종 승리했다. 대법원은 "두 제품의 형태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 의사는 약을 제조사와 제품 이름으로 구별하기 때문에 모양만 보고 두 약을 헷갈릴 우려는 없다"며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침해 금지 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 "비아그라의 상표권을 아예 취소시켜달라"는 소송을 냈다. 침해 금지 소송의 방어에만 급급하지 않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상표 취소를 요구한 한미약품의 논리는 이랬다. 화이자는 '마름모꼴 모양'에 관해서만 상표를 등록했다→그런데 비아그라에는 항상 '화이자'나 '비아그라'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따라서 비아그라는 등록된 상표권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비아그라에 다른 약들과 차별화된 식별력을 부여하는 것은 모양 자체가 아니라 화이자나 비아그라의 '네임밸류'에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 상표권 취소를 요구했다.

특허심판원이 지난해 7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때만 해도 한미약품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심인 특허법원은 올 1월15일 심판원 심결을 뒤집고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약에 글자를 새긴 것만으로 푸른 마름모꼴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등록상표에 약간의 변형을 줘서 사용하는 것은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향후 유사 특허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약품은 물론이고 비아그라와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파는 다른 국내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비아그라 상표가 취소됐으면 화이자의 특허공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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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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