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너무 낮은 한국 기업 배당성향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인_교수님_사진_2010.8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글로벌 증시는 최근 3년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미국·영국·일본 등의 증시가 각각 34.3%, 5.8%, 80.8%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1,900~2,000선을 답보하고 있는데 원인 중 하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에 있다. 장기간의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고령화에 따라 투자자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은 이익을 대주주에게만 환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 대주주나 재벌총수 일가 등 소위 특수 관계자들을 위한 이익 추구만 할 뿐 소액주주의 이익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 3년간 한국의 평균 배당성향은 15.3%다. 하지만 미국은 39.3%, 신흥 개도국은 34.7%, 일본은 33.2%, 그리고 영국은 무려 58.8%다. 이런 현실이니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

또 다른 증거도 있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한국이 1.0배로 미국(2.5배), 영국(1.9배), 일본(1.5배), 신흥국(1.5배) 등에 비해 낮다. 결국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성향은 주식 시장 저평가를 가져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유수의 기업을 비교해보자. 미국의 애플사는 20.8%의 배당성향과 4.7배의 PBR를,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53.9%의 배당성향과 2.0배의 PBR를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8.5%, 7.8%의 배당성향과 1.3배, 0.9배의 PBR에 그친다.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적다 보니 일류 기업으로의 길은 여전히 멀다고 느껴진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금융 시장 자유화 후부터 한국은 외환거래 규제를 철폐하고 각종 개혁을 단행해왔다. 그 결과 글로벌 자본이 한국 기업에 투자해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이는 다시 가계소비를 늘려 최근까지 한국 경제는 성장해왔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은 주주 친화적 배당 정책을 마련하고 투자자는 적극적인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향후에는 주주 특히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후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중국 증시 불안 등은 외국 투자 자금이 한국에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하다. 다행히 정부가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까지 공기업의 배당성향을 40% 수준까지 상향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것이다. 이러한 배당 상향은 민간 기업들도 우선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주체는 그래도 민간 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기업을 신뢰하게 되고 기업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는 흐름이다. 언제든 더 좋은 투자수익을 보는 곳으로 자금은 흐른다. 투자자들은 매우 냉혹하고 잔인하다. 경제 흐름의 물줄기를 좌우하는 것은 투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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