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득보다 실이 많았던 5자회담 제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솔로몬의 해법이 절실한 상황에 오히려 실타래가 뒤엉키고 있어 안타깝다. 북한 비핵화와 4차 핵실험에 따른 추가 제재를 놓고 일관되고 일치된 목소리가 절실하지만 해법을 놓고 우리 정부가 '갈지자 외교'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3개 부처로부터 올해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12월 이후 무려 9년 동안 개점 휴업 상태인 6자회담은 바퀴 빠진 수레처럼 제 기능을 상실한 만큼 5자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자는 새로운 제안이었다. 이는 정부 외교안보 부처에 대한 지시사항을 뛰어넘는 것으로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북핵 해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었다.

중국은 이날 바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북한을 포함해 비핵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은 중국 측과 사전에 조율이 전혀 되지 않았고 교감도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 측의 반응에 당황한 청와대는 해명성 자료를 부랴부랴 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6자회담 틀에서의 5자 공조'를 강조하는 취지였다는 부연 설명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국이 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다음날인 23일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5자회담을 지지한다"며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우리의 계속되는 노력에 유용한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은 하책(下策)이었다.

5자회담이 북핵 해결에서 틀린 방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옳은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절차와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허점을 드러냈다. 외교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협상 예술'이다. 협상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신뢰가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 추가 제재에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 사전 교감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에서 5자회담을 제안했다. 중국의 반발만 초래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6자회담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불필요한 의심을 사게 됐다.

5자회담 제안은 한국과 미국이 어깨동무를 하고 중국을 한곳으로 몰아붙이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북한 추가 제재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등 떠밀려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되레 반발할 공산이 크다. 지금은 수면 위에서 거창하게 우리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 수면 아래에서 중국 측과 조용하면서도 세련되게 대화와 협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한 외교'로 실리를 챙기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서정명 정치부 차장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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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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