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그래픽뉴스]남자,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쥐고 흔들다

사회가 원하는 남성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요구되는 ‘멋진 남성’의 표준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불과 몇 년 전에 등장했던 남성상이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을 정도니 그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남성들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질 뿐이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등장했던 ‘므네상스’(남성을 상징하는 Male과 르네상스(Renaissance)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조차 이제는 새로운 ‘유혹’에 빠져 벌써부터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 강하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므네상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이상적인 남성상은 ‘강한 남자’였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리오 브로디 교수는 자신의 저서 ‘기사도에서 테러리즘까지’에서 “고대의 남성들은 전쟁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야만 진정한 ‘전사’가 되고 여성과 야만에 대비된, 질서와 문명의 존재인 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필수적이었던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대의 남성상이 강한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전쟁에서의 용맹함이 중요성이 감퇴하면서 ‘강한 남자’는 점차 소외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다 여성의 인권이 나아지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뺏길 위협을 느낀 남성들은 몸이라는 신체자본을 꾸미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그루밍족(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이다. 그루밍족은 미용과 화장품에 여성들 못지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꽃미남이라는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어냈다. 소위 ‘메트로섹슈얼’이란 용어로 대표되는 이들은 뷰티 시장에 남성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 출처 - 특허청, 유로모니터▲ 출처 - 특허청, 유로모니터


예쁜 남자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후, 시대는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다시 필요했다. 그렇게 등장한 남성상이 ‘레트로섹슈얼’이다. 미국의 영화배우 조니 뎁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레트로(복고)’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그루밍족 이전의 남성상을 지향했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투자는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레트로섹슈얼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대신 새롭게 등장한 남성상이 ‘므네상스’다. 므네상스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투자를 기본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위 ‘강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말한다. 다소 모순적이지만 ‘멀티태스킹’을 기본으로 하는 팔방미인형의 남성상이다. 일반적으로 므네상스는 패션과 뷰티 상품에 대한 소비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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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네상스, 디자인과 사랑에 빠지다

그러나 므네상스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한 것은 소비 성향의 변화다. 외모나 패션에 집중돼 있던 소비성향은 독신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에 재직 중인 이현석(32)씨는 “예전에는 음향의 질을 따졌는데, 요즘은 디자인 요소를 더 신경 쓰게 된다”며 “색감과 디자인을 고려해 가전, 가구를 집에 놓으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므네상스의 핵심 세대인 30대 남성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면서 관련 산업도 커졌다. 모든 생활용품 분야에서 남성 소비자의 매출이 30%를 넘어섰고 지난해 홈 인테리어 부문 소비는 절반(52%)을 넘어섰다. 시선을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하면 므네상스의 ‘바람’은 실로 거대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소비층과 관련된 산업 규모가 지난 2014년에 비해 30%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남성복 시장이 2019년 400억 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므네상스만 있나? 우리도 있다!

▲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새해 들어서도 남성들의 ‘남성상’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맨플루언서(Manfluencer)다. 맨플루언서는 남자(Man)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합쳐진 단어로, 가정에서 부인을 대신해 식료품 쇼핑을 담당하는 남성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18~64세 남성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가 맨플루언서로 확인됐고, 이중 58%는 집안에서 식료품 소비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쿡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지난해 초부터 급속도로 맨플루언서가 증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해주는 남자가 여성들이 원하는 남편상으로 급부상하면서 자신이 맨플루언서라고 생각하는 인구가 많아졌다. 실제로 한 백화점 업체가 남성관을 재개장하면서 그곳에 남성용 도마, 식기류, 앤틱 주방가구 등을 판매할 정도였다.

▲ 육아용품 수입업체 ‘엘루스벤’ 홈페이지 캡처▲ 육아용품 수입업체 ‘엘루스벤’ 홈페이지 캡처


함께하는 육아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다이퍼 대디(Diaper Daddy)’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엄마보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다이퍼 대디들의 출현으로 업계도 관련 용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유아외출용품 브랜드 포브는 아빠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저귀 가방이나 유아용품 등을 출시했다. 또한 아빠들의 보다 편한 육아를 위한 상품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육아용품수입업체 엘루스벤 마케팅팀 김진욱 대리는 “육아용품에 대한 아빠들의 문의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며 “앞으로 이들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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