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스무살 된 연극 '날 보러와요'-20년 지나도 "미치도록 잡고 싶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소재 1996년 초연 후 꾸준한 사랑

20주년 기념 공연에 이대연·권해효·유연수·김뢰하 등 OB, 손종학·김준원·김대종·이현철 등 YB 의기투합

작·연출 김광림 "초연보다 훨씬 원숙한 20주년 공연에 행복"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이 모두 같은 생각일 것 같다. 극 중 형사 반장이 푸념처럼 읊조리던 그 말. “미치도록 잡고 싶다.” 20년 장수 연극의 저력은 그래서 무시할 수 없나 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연극 ‘날 보러와요’가 지난 22일부터 20주년 기념 공연에 들어갔다.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 그 주변의 수많은 피해자를 생각하며 작품을 썼다”는 작·연출 김광림은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20년간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 모두가 모여 한마음으로 공연을 펼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출을 맡은 김광림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출을 맡은 김광림


실화를 바탕으로 1996년 2월 극단 연우무대가 초연한 이 작품은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엔 20년간 ‘날 보러와요’를 거쳐 간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다. 초연부터 10년간 함께 한 이대연·권해효·유연수·김뢰하·류태호를 주축으로 한 오비(OB) 배우팀과 이후 10년간 작품에 출연하며 작품을 발전시켜 온 손종학·김준원·김대종·이현철이 중심이 된 와이비(YB)팀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라 연기 경쟁을 펼친다. OB는 김광림 연출이, YB는 2006년부터 작품을 이어받아 지휘한 변정주 연출이 담당했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도, 열정 넘치는 젊음의 무대도 모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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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빗소리 위로 여자의 비명과 남자의 광기 어린 웃음이 울려 퍼지며 싸늘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수사본부는 갈대에 둘러싸여 있다. 사건의 현장을 연상시키는 갈대밭이 수사본부를 포위함으로써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미궁 속에 갇힌 수사팀의 현실을 형상화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용의자의 얼굴’이다. 극에 등장하는 세 명의 용의자는 모두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초연부터 의도한 설정이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같은 얼굴의 용의자들을 형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게 ‘진실은 찾기 어렵다’는 작품의 주제가 드러나고, 그래도 ‘진실을 찾고야 말겠다’는 형사들의 간절함은 그저 애처로울 뿐이다.



10년 만에 작품 연출을 맡은 김 연출은 “이번 공연에선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도 훨씬 향상됐고, 대본의 빈 구석도 빠지지 않고 채워진 것 같다”며 “초연보다 훨씬 원숙한 공연”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20년간 배우들이 대본의 허점을 찾아내 바꾸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본 공연이 최종본이 되길, 허점 없는 공연이 되길 기대합니다.” 범인을 향해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날 보러와요’라고 말하는 도발적인 작품은 2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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