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국가대표 스타트업] CASE STUDY ¦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

벤처 투자업무 하다 스타트업에 매료 토털 홈케어 서비스로 과감한 승부수


모건스탠리를 거쳐 홍콩 인큐베이터 투자자로 활동하던 전도유망한 20대 청년이 돌연 국내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했다. 2015년 4월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를 창업한 이웅희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가 전해준 따끈따끈한 스타트업 창업 이야기는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기자: 젊은 예비 창업가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웅희 대표: 힘들겠지만 꼭 도전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거든요.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자: 1년 전, 창업을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웅희 대표: 지금 하려는 것을 당장 그만둬!


지난 12월 17일 서울 역삼동에서 이웅희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 대표를 만났다.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는 모바일 앱 ‘와홈’을 통해 고객과 가사 전문 도우미(현재는 청소 부문만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 할 예정이다)를 연결해주는 가사 업무 대리 서비스 제공 업체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모건스탠리에서 4년, 자비스(Jarvis·홍콩 인큐베이터 업체)에서 1년을 일한 뒤 독립해 2015년 4월 한국에서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이웅희 대표는 젊었다. 실제 나이(1988년생)도 젊었지만 외모는 더 어려 보였다. 하지만 생각과 말투, 행동은 마치 점잖은 중년 신사를 연상케 했다. 그는 창업 후 여러 일을 겪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간의 경험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는 뜻의 겸손한 표현이었다.

이 대표는 말한다. “모건스탠리나 자비스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타트업 창업은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비전과 신념, 확신, 철학 같은 것이 없다면 정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떠안아야 할리스크가 정말 크거든요. 그래도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5년간의 직장생활에서 배운 것보다 창업 후 6개월 동안 배운 게 훨씬 더 많거든요.”

이 대표가 처음 스타트업 창업을 생각하게 된 건 자비스에서 벤처기업 투자 업무를 맡으면서부터였다. 당시 그가 투자한 회사 중 하나가 고고밴(홍콩에서 시작한 물류스타트업 기업으로 CNN이 선정한 ‘가장 핫한 아시아 스타트업 10’에 꼽히기도 했다)이었는데, 이 대표는 고고밴의 엄청난 성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도전 의지가 불타올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젊은 친구들이 엄청난 걸 이뤄나가고 있더라고요. 급속도로 성장을 하면서요. 그걸 보면서 저도 뭔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대표님께 ‘저도 나가서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 앞에서 준비한 사업 아이템에 대해 IR을 해보라는 거예요. 그 말씀대로 사업 계획을 설명했더니 대표님께서 ‘좋다, 내가 투자해줄 테니 나가서 해봐라’고 하시더군요.”

이웅희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이후 ‘무슨 일을 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는 대부분의 예비창업가들이 똑같이 하는 고민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인큐베이터 소속의 투자자였던 덕분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비교적 쉽게 찾았다고 했다.

이웅희 대표는 말한다. “자기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고객의 일상에 직접 맞닿아 있는 O2O(Online to Offline)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사용해본 O2O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생각해봤죠. 스스로 잘 알아야 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생각해보니 제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시장조사에 뛰어들었습니다.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일하시는 분들과 친분을 도모한 다음,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참여해 이런저런 정보를 모았어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사 도우미들만 300명 정도 만나봤던 것 같아요. 이게 정말 사업이 되는 아이템인가, 정말 해볼 만한 사업인가 싶어서요.”

이 대표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이 벤처를 하기에 비교적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과 한국의 가사도우미 시장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10만 건의 가사 도우미 서비스 거래가 이루어지는 큰 시장이었다. 이는 삶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이 대표가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대표는 말한다. “벤처캐피털들의 활동이 활발하더라고요. 정부 지원도 많고요. 마치 3년 전의 실리콘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인큐베이터 투자자로서 고고밴의 한국 진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죠. 덕분에 한국의 가사도우미 시장조사를 쉽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2015년 4월 ‘토털 홈 케어 서비스(Total Home Care Service)’를 모토로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가 화려하게 출발했다. 매쉬업엔젤스, 스파크랩스, 패스트트랙 아시아 같은 굵직굵직한 벤처캐피털들과 가브리엘 퐁 자비스 대표, 배우 배용준 씨 이렇게 다섯 곳에서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화려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서비스 초반에는 사용자 불만률이 30%가 넘게 나왔어요. 그래서 직원들을 불러 모았죠. ‘이건 아닌 것 같다’, ‘사업 접어야 할까’같은 심각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착수한 게 헬퍼(Helper·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는 가사 도우미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헬퍼라 부른다)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거였어요. 서비스의 질을 올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의 초기 시장 안착 여부는 여기서 성패가 갈렸다. 헬퍼 트레이닝 시스템을 운영한 건 ‘신의 한 수’라 할 만했다. 헬퍼 트레이닝 시스템 덕분에 서비스의 질이 올라가자 불만률이 급감했다.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들은 ‘아줌마 네트워크’ 특유의 빠른 입소문을 냈고, 그 결과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불만률이 2%대까지 떨어졌다. 일주일에 제공하는 서비스 건수는 매달 120%씩 늘어나 현재 주당 800건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웅희 대표는 말한다. “스타트업은 다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O2O 비즈니스는 정말 더 어렵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더 어렵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서 저를 뜯어말렸을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제공업체가 사용자의 집에 주기적으로 몇 시간씩이나 들어갈 수 있는 분야는 저희 사업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찌 보면 사업 아이템과 기회가 엄청 많은 거죠.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가 궁극적인 목표로 집과 관련된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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