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가성비'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마이클 캐롤런 지음,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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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키워드 중 하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교)'라고 한다. 패스트 패션(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의 대표적 브랜드인 자라·H&M·유니클로 등 가성비가 좋은 옷 외에도 값싼 음식들은 어느덧 우리 소비생활에 침투해있다. 그러나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가성비 뒤에는 이 가격이 가능한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은 우리가 싼 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이유가 현행 식품 체계의 비정상성에 있음을 밝힌다. 또 값싼 음식의 가격표 뒤에 가려진 개인과 집단의 희생을 짚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다. 책은 지난 2003년 9월 10일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하던 한국 농민 이경해 씨가 WTO의 농업 정책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당시 그가 들고 있던 팸플릿에는 'WTO가 농민을 죽인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국제 곡물가격이 매우 낮음에도 저개발 국가들에 기아가 만연한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자는 이 사건이 저가 식품 체계의 불합리성과 이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비극적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첨예한 대립 속에도 저가 식품 체계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싼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도록, 즉 대량생산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세계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이 시스템을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저자는 저가식품체계는 실패한 발상이며 오히려 국제분쟁과 기아·비만·환경과 문화 파괴를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효율성만을 강조한 정책은 산업화에 부적절한 농작물의 생산량 하락과 토양 오염·환경 파괴 등을 야기했으며 이는 선진국의 소규모 가족 농장이 아닌 개발도상국의 수백만 농민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

저자는 저가 식품이 아닌 적정 가격의 식품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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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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