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신부, ‘지카’ 발생국 여행 후 3~4주 간격 초음파 검사 받아야

임신부, ‘지카’ 발생국 여행 후 3~4주 간격 초음파 검사 받아야


보건당국이 임신부에게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가 여행 연기를 주문하고 부득이 다녀온 경우에는 3~4주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는 해당국에서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 등을 안내하고 남성에게는 귀국 후 한 달 간 피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제적인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의 방역대책이 이처럼 상당 부분 상식 수준의 권고에 그치자 일각에서는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2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지카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 를 가진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바카이러스 예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방역 대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국민, 임신부, 의료기관, 의심환자 등 대상별 행동수칙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배포한 지카바이러스 관련 질문과 답변 자료를 좀 더 상세히 보완해 행동수칙을 마련했다.

우선 임신부는 최근 2개월간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출산 후로 미루도록 권고했다. 임신부가 이미 위험지역을 여행한 경우에는 3~4주 간격의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주문했다. 권자영 연세대 산부인학과교실 교수는 “지카바이러스가 신생아의 소두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만큼 초음파적인 변형 소견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며 “임신 중절과 관련된 부분은 원칙적으로 불법인 만큼 해당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고려하고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은 해외 여행을 할 경우 먼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 국가 현황을 파악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해당국 여행 시에는 모기 퇴치 제품과 모기가 기피하는 밝은 색의 긴 팔 상의, 긴 바지 등을 챙겨가도록 당부했다. 여행 후에는 1개월 간 헌혈을 금지하고 남성의 경우 1개월간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는 발열, 발진 환자 내원 시 최근 해외 여행력을 확인토록 하고 의심환자를 진료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역 및 검역 조치도 한층 강화한다. 우선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알려지고 있는 흰줄숲모기의 국내 분포 지역 조사에 즉각 돌입하기로 했다. 흰줄숲모기는 국내 모기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는 대책팀을 구성해 모기의 개체수 증가, 유행지역 방문자 및 의심환자 현황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중남미 입국 항공기에 대해서는 매개 모기가 발견될 경우 즉각 소독을 실시하고 검역 구역 내 모기 방제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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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다만 국내에 아직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감염병 위기수준은 현재의 ‘관심’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국내 유입 사례가 없는 데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의 국내 활동도 없는 상황”이라며 “5월 이후 모기 활동이 시작되고 환자가 발생할 경우 ‘주의’ 단계로 감염병 위기수준을 격상하고 복지부에 대책본부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카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고 판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쪽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할 경우에는 이들 국가를 통해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4월까지는 모기의 활동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전파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당국도 비행기를 통한 매개 모기의 유입, 감염자를 문 모기로 인한 2차 감염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를 ‘최악의 경우’라고 단서를 달고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식으로 대책을 세운 것은 다소 안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국내에서 총 7건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신고가 있었으며 이중 4건은 음성으로 확인됐고 3건은 검사 중이다.

한편 이날 정진엽 복지부 장관 주재로 열린 지카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에는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등 방역 당국 관계자와 송영구 연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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