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우환 화백, 대리인 통해 '위작논란' 입 열다 "수십점 선의로 진품 확인… 일련번호 겹치기 있을 수도"

가짜라고 논란되는 작품들

내 손 떠난지 30~40년 넘어 경로 어떠할는지 알지 못해

'선의'란 말로 논란 뭉뚱그려… "전문중개사 도입해야" 지적

이우환

"지난 수 년 동안 보고 (진품으로) 확인해 준 작품은 수 십 점 정도로 기억되며 선의로 그때그때 보고 (진품이라고) 확인해 준 것이기 때문에 확인해 준 작품에 대해 별도의 리스트를 작성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일본·한국·프랑스에 있는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했기 때문에 가끔은 작품의 뒷면에 일련번호나 작가 사인이 없는 것도 있고, 일련번호 부여 방식이 바뀐 경우도 있고, 같은 일련번호가 두 번 이상 겹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히 몇 점 안되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작품 한 점에 23억원이 넘는다. 한국의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낙찰가 기록을 보유한 현대미술가 이우환(80·사진) 화백이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의 유통'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2일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이같이 답했다. 이 화백은 '선의'라는 말로 위작 논란에 대해 뭉뚱그려 대답했지만 그림 하나가 소시민의 아파트 수채 값을 웃돈다.

독일출신으로 생존작가 중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값(약 513억원) 기록을 가진 게르하르트 리히터(84)가 작품을 관리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리히터가 그린 작품들은 디트마 엘거 씨가 이끄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아카이브'에 의해 2003년부터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리히터는 자신의 진품 가운데 완성도·제작목적·가치 등을 따져 별도의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1960년대부터 작품을 재검토해 현재 3,000점 이상에 일련번호를 매겼다. 때문에 "진품이지만 번호가 매겨진 작가의 카탈로그에는 불포함" 식으로 세부설명이 첨부된 감정서도 발행된다. 작품의 인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된 위작은 물론 자신의 태작, 졸작도 가려내겠다는 책임감이 엿보인다.

이 화백은 "아직 위작품 자체를 직접 본 적이 없다"며 "현재 가짜라고 논란되는 작품들은 내 손을 떠난 지 30~40년 전의 것들이고, 이후 작품들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 있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위작을 잘못 구입한 컬렉터의 금전적 손실도 문제지만 거장 이우환이 갖는 미술계의 상징성 때문에 미술시장 신뢰에 대한 타격이 적지않다. "위작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이 화백에게 수십 년 전 '손을 떠난 작품'을 일일이 추적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는 '전속화랑'이 이 역할을 대신한다. "작가의 작품을 30년 가까이 취급해 온" 박명자 사장의 '갤러리현대'가 이우환의 회화를 관리하는 국내 전속화랑이지만 갤러리 측은 이번 위작 파문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의 미술품 진위논란에 대해 미술평론가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미술품 및 문화재 유통관리법'을 통한 '미술품 및 문화재 전문 중개사' 제도 도입"을 제안하며 "작품은 자동적으로 해당 중개사 또는 그가 소속된 화랑의 DB에 저장되면 거래가 투명해지고 세금징수, 작품의 현재 위치 파악 등에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거래처럼 공인중개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 실제로 이번에 경찰이 이우환의 위작 유통처로 의심돼 압수수색한 K화랑, S화랑의 경우 한국화랑협회 회원으로도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떴다방'식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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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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