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일성 회고록 감상문 써오라” 대학교수 유죄 확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北찬양 자작시 쓴 서모 씨도 유죄 확정

학생들에게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라고 한 대학교 교수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울산대 교수 이 모씨와 작가 서 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6개월, 집행유예 1년과 징역 4개월에 자격정지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교수는 국문학사와 고전시가론 등의 강의를 맡아 진행하면서 수강생들에게 김일성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세기와 더불어 감상문에 성적의 10% 배점을 부여했으며 책을 구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파일로 이를 보내줬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미화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북한에서 대외 선전용으로 발간했다.


이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세기와 더불어 등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 범주안에 있다”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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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표현물이라고 판단한 뒤 △개설한 강의의 성격과 김일성 회고록이 관련이 없는 점 △평소 수업시간에 김일성을 위대한 혁명가 등으로 호칭하는 등 북한 정책 지지 발언을 계속한 점 △이 교수가 세기와 더불어를 순수한 학문적 연구에 활용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이 교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일성 회고록을 국문학적으로 검토할 기회를 주려고 했다기보다는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일성을 미화하고 북한의 정치경제군사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이 교수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 씨도 유죄가 확정됐다. 서 씨는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없다’ 등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시를 쓴 혐의다. 이 제목은 1991년 12월 김일성이 군 수뇌부 회의에서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의 대책을 묻자 김정일이 “수령님, 지구를 폭파해버리고 말겠습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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