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TPP 효과] 관세 빗장 풀린 신흥국 車·섬유시장… 韓 TPP 가입 땐 수출 숨통

말聯·베트남, 우리와 FTA때 닫았던 공산품 활짝 열어

철강·유화도 관세 낮춰… 가입해도 日과 치열한 경쟁

'누적원산지 혜택' 국가들로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해야



세계 1위와 3위 경제 대국인 미일 주도로 12개국이 맺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개방도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상품 관세철폐 정도를 의미하는 자유화율은 98% 넘어 가장 개방도가 높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98%)과 버금간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우리와 FTA 때 닫은 공산품을 대거 TPP에서 개방했다. 기존에 말레이시아가 포함된 한·아세안(90.5%), 한·베트남(89.9%), 한·캐나다(97.5%) FTA의 개방도는 TPP에 못 미친다. 우리가 TPP에 가입하면 이들 국가의 관세장벽이 추가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경제규모(GDP 기준)가 우리(1조4,351달러)와 비슷한 멕시코(1조2,320억달러)와 우리보다 3배나 큰 일본(4조2,104억달러) 시장까지 열리는 점까지 감안하면 TPP 가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자동차·섬유·유화 시장 개방=TPP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흥국들이 그간 여타 FTA에서도 끝까지 문을 잠갔던 자동차 시장을 열어젖힌 내용이다. 특히 베트남은 한·아세안 FTA와 이를 업그레이드한 한·베트남 FTA에서도 자동차(승용차·화물차)는 양허 제외 품목으로 뒀다. 하지만 TPP에서 1,000~2,000cc 자동차는 13년, 화물차 신차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베트남 FTA에서 10~17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지는 주요 차 부품도 4~11년까지 관세철폐 기간이 줄었다. 말레이시아도 자동차 부속품과 제동장치 등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도 화끈하게 시장을 열었다. 30%에 달하는 1,000~3,000cc 차 관세는 TPP 발효 즉시 0%가 된다. 관세가 5%인 디스크브레이크장치, 기타 펜더 등도 관세가 사라진다. 멕시코는 경쟁력이 우월한 일본산 차에 대해서는 8~10년에 걸쳐 관세를 7.25%까지만 낮추기로 했다. 우리가 TPP에 가입하면 일본보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멕시코와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화와 섬유·철강 등도 우리가 체결해온 FTA보다 더 많은 관세혜택이 주어진다. 멕시코는 5%인 폴리우레탄과 나일론섬유사에 대한 관세를 즉시 없애기로 했다. 유화 분야에서 10%인 기타스타이렌·스티엔공중합체 관세도 10년에 걸쳐 없앤다. 베트남 역시 한·베트남 FTA에서 철폐기간이 10년이던 폴리에스테르직물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도 한·아세안 FTA에 따라 15% 수준인 철·비합금강 압연제품 관세를 11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다만 최대 수출품목인 정보기술(IT)은 지난해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혜택을 이미 받기 때문에 TPP에 따른 혜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최근 수출이 줄고 있는 자동차와 섬유·유화 등을 신흥국이 개방했기 때문에 TPP에 가입한다면 이들 업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과 경쟁 심화 불가피=우리는 TPP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뺀 10개국과 FTA를 맺어 대부분의 관세장벽을 없앤 상태다. 그러나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인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FTA를 맺은 기존 시장에서 산업 경쟁국 일본에 밀릴 공산이 크다. 특히 일본은 TPP 12개국에서 조달한 부품이 모두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누적원산지' 혜택을 받는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TPP 가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가입 후에도 일본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경쟁에서 밀리면 12개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태될 위험이 상존한다. 이에 따라 서둘러 TPP에 가입하고 누적원산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베트남·멕시코 등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연구기관 연구원은 "일본과의 일대일 산업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기존 시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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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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