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대책, 재정 집행 보다 구조개혁 더 고민해야

고장 난 레코드가 같은 소리만 반복한다더니 정부가 3일 내놓은 경기보완대책이 딱 그 꼴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경기보완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재정·정책금융 등의 1·4분기 집행규모를 21조원 이상 확대하고 지난해 말 종료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6월 말까지 연장하며 유커 유치를 위해 중국·대만으로의 항공기 취항을 늘린다. 지금까지 매번 듣던 대책 아닌가.

물론 정부가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긴급히 경기보완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에는 동감이 간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저유가가 여전한 상황에서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경기하방 우려가 커졌다.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는데 준비한 대책이 근본적인 치료책이 될 수 없는 단기 진통제 수준이라는 점이 답답하다.

희미해진 내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재정·정책금융을 조기 집행한다지만 재정만 놓고 볼 때 1·4분기 집행률이 30%에 달한다. 이 정도 재정을 1·4분기에 소진하면 2·4분기 이후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전형적인 조삼모사다. 지난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도 4·4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친 걸 보면 재정 조기집행은 이미 실효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도 비슷하다. 개소세 인하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승용차가 많이 팔린 것은 맞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계의 판매실적은 전년동월 대비 4.8% 줄었다. 그렇다고 개소세 인하를 연장하면 승용차가 계속 더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몇십만원 싼 맛에 승용차를 바꿀 사람은 거의 다 바꾸지 않았을까. 비행기를 증편하면 유커가 많이 방문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유머 소재로나 적당하다. 언제까지 판박이 대책만 반복할 생각인가. 아픔을 각오하고서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경제에 돌파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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