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금 은행에 필요한 것은-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지금 우리나라는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레버리징 및 이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으로 인해 당분간은 수출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미 높아진 국내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수준 탓에 내수가 큰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이렇듯 수요가 위축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이고 내실 있는 경영이 필요하므로 은행으로서는 기업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구조조정이 성공해야만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고 국내은행의 수익성도 회복될 수 있다.

은행이 기업대출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업분석의 수행 주체는 크게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은행의 기업분석은 통상 정형화된 모형에 따라 기업의 하방 위험, 즉 차입금을 갚지 못할 신용위험에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은행의 기업분석은 미래관점에서 이뤄지기보다는 과거 자료, 담보가치, 또는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결과에 의존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은행과는 달리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기업분석은 미래지향적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증권사는 고객에게 기업분석 정보를 제공해 고객의 투자판단을 도와주는 것이 주 역할이기 때문에 셀사이드(sell-side)라 부른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스스로 투자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바이사이드(buy-side)라 부른다. 셀사이드 기업분석은 고객에게 마케팅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는 만큼 분석 내용이 지나치게 희망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바이사이드 기업분석은 그 결과가 스스로의 투자실적과 연계되기 때문에 훨씬 더 중립적이고 냉철하게 이뤄진다.

현재 국내 기업이 처한 경제환경에서 은행에 필요한 것은 바이사이드 기업분석 능력이다. 바이사이드 기업분석은 미래의 세계 경제 및 국내 경제 흐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 분석하고자 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과 기업의 기술력 등 개별적 사항들을 분석해 기업의 미래 이익 예측치를 도출해낸다. 은행의 결정은 기업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매우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것인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기업분석을 수행함이 마땅하다. 다행히 국내 금융그룹들은 그룹 내에 자산운용사를 둔 경우가 많고 이곳에 많은 기업분석 전문가가 있다. 또 수년에 걸친 국내 금융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유능한 바이사이드 기업분석 전문가들이 시장에서 구직 중이다. 국내 은행들은 금융그룹 내 또는 시장에 있는 기업분석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해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대로 과거지향적 관점에서 기업대출에 대한 분석을 해서는 절대로 국내 경제 및 은행들이 미래의 거친 파고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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