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환경피해구제법 시행에 거는 기대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 변호사

해마다 새로운 법률들이 제정되고 시행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주목해야 할 법이 있다. 바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환경오염피해 사고가 적지 않았다. 낙동강 페놀유출사건(1991년), 씨프린스 원유유출사고(1995년), 태안 원유유출사고(2007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사고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환기시켰다. 그 결과 여야 대선후보들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이후 2014년 12월31일 환경피해구제법이 제정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환경피해구제법은 크게 환경오염피해 배상, 환경오염피해배상을 위한 보험가입, 환경오염피해 구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환경오염피해 배상과 관련해 이 법은 사업자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과 인과관계 추정을 규정하고 있다.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해 피고(가해자)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게끔 했다.

지금까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인 원고가 자신의 손해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피해구제법은 원고의 입증 부담이 한층 가벼워진 셈이다. 게다가 환경피해구제법은 피해자 정보청구권(피해자는 사업자에게 관련 정보의 제공 또는 열람을 청구할 수 있고 거부되면 환경부 장관에게 정보제공 또는 열람명령 신청 가능)과 사업자 연대책임(환경오염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자가 둘 이상이고 어느 사업자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을 때 연대해 배상) 등의 규정도 담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상대로 한 분쟁과 관련해 매우 강력한 무기를 부여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환경피해구제법의 가장 큰 특징은 환경책임보험이다.

피해자가 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배상할 여력이 없으면 소송에 이긴들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피해구제법은 사업자에게 환경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나아가 사업자로 하여금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했다.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자는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이는 마치 자동차 운전자가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도록 한 것과 비슷하다. 피해자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 셈이다.

또한 환경피해구제법은 거대한 환경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보험제도까지 도입했다. 이러한 환경책임보험 의무화 및 국가재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입법 사례다. 환경피해구제법에는 환경오염피해자를 위한 구제급여 제도도 담겨 있다. 환경오염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배상책임한도를 초과하는 등의 경우 환경부 장관은 피해자에게 환경오염피해의 구제를 위한 급여(의료비·요양생활수당·장의비·유족보상비·재산피해보상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환경오염피해는 일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와는 달리 피해 범위가 매우 넓고 불특정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책임을 추궁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오염피해구제를 위한 총괄적인 법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제 드디어 환경피해구제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환경피해구제법이 독일의 환경책임법(umwelthaftungsgesetz)이나 미국의 종합환경대응책임법(CERCLA)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무쪼록 이 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가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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