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 '46년전 한전부지 매각' 법적하자 없어… 조계종 소유권 주장 수용 힘들듯

조계종의 한전부지 환수 주장, 성공할 수 있을까

민법상 10년 점유땐 소유권 인정… 강압 매매 입증해도 관철 쉽잖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조계종 사찰인 봉은사는 지난 3일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옛 한국전력 부지(사진)를 되돌려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전 땅은 원래 봉은사 것이었는데 1970년 상공부가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조계종을 압박했고 조계종이 봉은사의 동의 없이 부지를 팔았다는 주장이다. 봉은사는 이 땅에 등기를 해온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말소등기 청구 소송을 낸다는 입장이다. 매각부터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한전은 현대차에 10조5,500억원을 받고 이 땅을 팔았고 현재 주인은 현대차그룹이다.

그런데 46년 만에 땅을 되찾겠다는 조계종(봉은사)의 주장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법조계와 재계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데다 매각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한전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4일 봉은사와 조계종의 주장에 대해 "2007년부터 봉은사에서 수의계약으로 부지를 팔라고 했지만 법률자문 결과 조계종의 땅 매매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무대응 원칙에 따라 응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한전부지를 포함한 주변 땅은 1969년 조계종 중앙종회가 매각을 결의했고 조계종 총무원이 이듬해인 1970년 3.3㎡당 5,300원을 받고 상공부에 팔았다. 봉은사와 현 조계종 지도부는 "군사정권 시절 법적 효력 없이 강제 수용됐다"고 하지만 당시 총무원이 불교회관 건립과 조계종 교육기관인 동국대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 매입을 위해 거래에 자율적으로 응했다는 의견이 맞선다. 또 중앙종회는 조계종 내 입법기구 역할을 하고 있고 총무원은 행정업무를 맡고 있어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한 일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미 끝난 일이라는 얘기다.

시간이 40년가량 흘렀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2007년부터 치더라도 매매 후 37년 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계종의 주장을 따져봐야겠지만 1970년 일이라면 (소멸시효 측면에서) 너무 지났다"고 했다.

강압이 있었다는 조계종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한전은 실질 주인이다. 한전은 1984년 1월 한전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현행 민법은 부동산의 소유자가 등기한 날로부터 10년간 문제없이 점유하면 소유권을 갖게 된다고 해놓았다. 2007년은 한전이 소유권 이전 등기 후 20년 이상이 지난 시점이다. 20년 동안 무단 점유하고 있으면 내 땅이 아닌 곳도 내 것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한전의 소유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정부가 강압적으로 땅을 산 것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고 그 뒤에 땅의 소유권을 따지는 게 순리"라며 "정부의 강압성을 증명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측면에서 한전의 소유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조계종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내린 결정을 번복해 입장을 뒤집고 뒤늦게 환수에 나서는 꼴"이라며 "한국 불교계를 이끄는 조계종의 행보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