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전세난 떠밀려 모텔 전전까지… '눈물의 보관이사' 크게 늘었다

전셋값 급등에 재계약 포기

가격 맞는 집 찾아 다니고 집 구해도 이사날짜 안맞아

상당기간 숙박비 지출 등 감수

보관이사 1년새 3배나 급증… 설 이후 전세가격 더 오를듯

전세가 급등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제때 방을 구하지 못하면서 보관이사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DB


# 결혼한 지 1년여 된 정모(36)씨는 요새 혼자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 '보관이사' 중이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아파트에 전세 산 지 2년이 지나 재계약 기간이 다가왔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더 이상의 전세자금대출이 어려웠던 정씨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 수소문 끝에 현재 전세금보다 1,000만원 비싼 집을 찾아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현재 전셋집 계약이 끝나는 날보다 2주일 후에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결국 정씨는 현재 컨테이너에 이삿짐을 보관해놓고 아내는 처가에서, 그는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원에 육박하는 등 전세난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씨와 같은 '보관이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등한 전셋값 때문에 재계약을 포기한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방을 못 구하거나 방을 구해도 이사 날짜가 맞지 않자 가재도구들을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것. 보관이사의 경우 비용이 일반이사의 두 배에 가까운데다 숙박비까지 추가로 지출하다 보니 세입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4일 온라인 이사견적서비스회사 '이사몰'에 자료를 의뢰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 보관이사 견적 의뢰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사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3개월간 651여건이었던 보관이사 견적 의뢰가 2015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1,898건으로 급증했다.

보관이사가 급증한 배경에는 올해 들어 세입자들이 웬만하면 이사를 가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재우 이사공간 소장은 "올해는 특히 이사비와 중개료 등 부대비용을 생각해서 웬만하면 이사를 가지 않고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많아 이사하는 건수 자체는 전년보다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세난이 심각한 서울 아파트의 경우 2014년 11월~2015년 1월 전월세 계약신고 건수는 4만6,275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는 총 4만165건으로 줄었다.

재계약이 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주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게 된 것. 여기에 상승세가 지속되는 전세가 등은 세입자들이 보관이사를 택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사는 "보관이사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집을 발견하면 입주 시기가 다소 멀더라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관이사가 늘면서 새로운 서비스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세입자들을 겨냥해 숙박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부동산매물정보 애플리케이션 '두꺼비세상'은 현재 숙박비 지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자사 앱을 통해 집을 구하면 중개수수료의 최대 100%(최고액 100만원)를 숙박료로 쓸 수 있도록 숙박 플랫폼 업체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설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전셋집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봄 이사 등 계절적 수요로 전세 부담이 좀 더 가중될 것 같다"며 "금리 인상 시점이 지연돼 월세화가 가속되면서 전세물건이 적어져 전세가가 더 오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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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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