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포퓰리즘에 재탕삼탕 총선공약 아직도 이 모양인가

여야 정치권이 설 명절을 앞두고 앞다퉈 4·13총선 공약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이 4일 복지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5일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과 고교 무상교육 등을 골자로 한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총선 때마다 표심에 주요한 변수가 되는 설 민심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과거와 별다를 것 없는 공약 재탕과 필요 재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공약이 반복되고 있다.

더민주가 이날 내놓은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이야말로 대표적 포퓰리즘식 접근이다. 일자리 70만개 중 절반(34만8,000개)은 정부 재정에서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공공일자리다. 나머지도 고용의무할당제(25만2,000개), 주40시간 준수와 노동시간 단축(11만8,000개) 등 기업에 고용부담을 떠넘기거나 기존 일자리의 노동시간을 쪼개서 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의 기존 정책을 일부 확대하거나 기업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을 모아 숫자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이뿐 아니라 재원대책은 무시한 채 고교 무상교육과 체험학습비를 국가가 전액 지급하고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중앙정부가 100% 부담하는 방안까지 늘어놓았다.

앞서 복지공약을 내놓은 새누리당도 또 다른 의미에서 지적받아 마땅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가계부담을 낮추겠다"며 내놓은 8개 공약 중 6개가 이미 정부가 연초 밝힌 업무계획에서 베낀 것이다. 대출의 연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다는 '신용대출119 프로그램'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채무 회생방안'에 나온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정부를 선도해야 마땅한 여당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데다 이 정도면 야당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당의 공약은 책임을 전제로 한 약속이다. 하물며 수천억·수조원씩 나랏돈을 쓰겠다면서도 재원대책은 물론 그 흔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공약을 무차별로 남발하는 것은 정당으로서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다. 4·13총선을 관통하는 표심은 책임의식 없이 양당 구조에 편승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이런 모양으로 유권자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 아니면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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