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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스크 겹친 금융시장] 커지는 '리스크 오프' 심리… 채권형펀드·MMF에 자금 러시

채권펀드로 최근 1주일새 2,212억 유입

수탁액 88조 넘어 2004년이후 최고

"차익실현" 주식형펀드선 자금 이탈 지속


시중자금이 '변동성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안전지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등에는 연초 이후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주식형 펀드 등에서는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일반채권펀드에는 최근 1주일 사이 2,212억원이 유입됐다. 연초에는 이익 실현을 위한 환매물량이 나오면서 자금이 대거 빠졌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급락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커지자 다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지난 2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채권형 펀드(국내외 공·사모 전체)수탁액은 88조91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순자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채권금리는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역시 채권 가격 강세를 지탱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총자산의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비우량 회사채)이나 벤처기업 전문 증시인 코넥스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해 일반채권형 펀드에 비해 고수익을 노리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서는 올 들어 320억원이 유출됐다. 투자자들이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 달 사이 21조원이 넘는 자금이 MMF에 몰려든 것도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MMF는 원래 투자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단기 투자상품이지만 최근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안정성과 수시로 자금을 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변동성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는 상품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MF는 기관들의 필요로 수시로 자금을 넣었다 빼 자금 유출입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변동성을 피하기 위한 자금의 '셸터(피신처)' 역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간 이자율이 0.1%에 그치지만 입출입이 자유로운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실세요구불예금 기준)도 140조원으로 1주일 사이 4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올 초 급락한 국내 증시에 '저가 매수'가 늘었던 주식형 펀드에서는 최근 자금이 빠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지난주 0.84%였지만 자금은 오히려 3,260억원 줄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 유입자금은 주로 레버리지형 ETF를 통한 단기 매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차익 실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에서도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주 글로벌 주식형 펀드 중 북미펀드에서만 106억달러가 빠져나가는 동안 선진국 채권형 펀드로는 7억달러가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오프(risk off)' 심리가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고조되는 한반도 리스크도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몰아 변동성 '소나기'를 피하기보다는 기대수익과 예상위험을 고려해 적절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올 초 국내외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도 기대수익률을 낮춰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안전자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증시가 급락한 뒤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던 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도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액티브펀드보다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훨씬 컸고 채권형 펀드 가운데서는 국공채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최근 부쩍 늘었다. 아울러 녹인(원금손실구간)을 35%까지 낮추거나 녹인이 없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모집한도를 넘어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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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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