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저출산, 민족의 소멸


인류가 지구 상에 출현한 이래 가장 오랜 시간 속에서 최고로 여긴 자산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가임여성이다. 유목민들의 삶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거친 환경에서 부족의 노동력과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구려의 형사취수제(兄死娶嫂制)처럼 가임여성을 홀로 두지 않았다.

종족 유지의 당위성은 동서고금이 매한가지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독신자는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출산 포기는 살인에 버금가는 중죄'라며 기원전 18년 '혼인법'을 제정해 결혼적령기를 벗어난 총각들에게 세금을 매겼다. 거대한 스페인 제국의 압제에 맞서 80년 독립전쟁을 벌였던 네덜란드는 미혼 가임여성에게 미혼세를 거뒀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구소련의 스탈린도 우악스럽게 미출산세를 제정해 인구 증가를 꾀했다.

330여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찢어져 '유럽의 병자'로 여겨졌던 독일의 한 모퉁이 프로이센의 부흥과 민족 통일의 기반을 닦은 프리드리히 1세와 그의 아들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비결도 인구 증가에 있다. 끊임없는 전쟁 속에 프로이센은 살아남기 위해 남성의 수도원행을 막고 과부에 대한 남성의 중혼까지 허용하며 인구를 두 배로 늘렸다. 자유와 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는 적극적인 출산 정책의 모범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상황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결혼 안 해도 문제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단다. 여학생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높았다. 출산율이 이대로라면 한국은 2029년부터 항구적인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2050년 이후에는 민족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해답은 오직 하나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아이를 낳아 제대로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정작 이 땅의 현실과 정치권의 인식은 가슴을 짓누른다. 누리 과정 예산을 정쟁화하고 조선족 이민 허용을 대안이라고 들이대는 판이니….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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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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