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해외자원개발 역주행 하지말자

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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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정주영 탄생 100년 기록에 나온 얘기다.

1978년 현대중공업 계동사옥 14층. "이봐, 광산을 한자로 써봐." 고(故) 정주영 회장은 주강수 기획실차장(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집무실로 불러 대뜸 지시했다. 당시 정 회장은 조선사업에 이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 차장이 '鑛山'이라고 쓰자 정 회장은 "틀렸어"라며 이렇게 말했다. "광산은 광산(狂山)이야." 정 회장은 "자원개발은 한번 잘못하면 그룹 전체가 한 방에 갈 수 있어, 하지만 기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해,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추진해봐." 라고 말했다. 그해 현대중공업은 호주 드레이튼 유연탄 광산 투자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1호였다.

자원개발은 리스크와 부가가치가 높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사다 중간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나라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없다면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10년 뒤에는 자원식민지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 분석'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요점은 지속 가능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공기업의 보유자산을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하고 투자 평가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등 획기적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렵게 확보한 좋은 프로젝트를 부채 감축을 위해 헐값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정부의 부채 감축계획에 따라 지난 정부 때 어렵게 매입한 파나마에 있는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의 보유지분(10%) 전체에 대해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협상이 여의치 않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분10%의 투자액은 3,178억원에 달한다. 현재 개발 중인 구리광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한국은 쌀 때 팔고 중국과 일본은 쌀 때 산다는 말은 안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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