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유일호호에도 '금리선물' 할까

경제수장 교체 후 5번 중 4번 정부 입맛 맞춰 금리 조정

4대1. 지난 2008년 이후 한국은행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금리를 움직인 횟수는 네 번이다. 한은이 정부의 뜻을 거스른 것은 단 한 번에 그쳤다. 두 기관이 뜻을 모은(?) 네 번 중 세 번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고 나머지 한 번은 물가를 누르기 위해 올렸다. 이번에는 어떨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인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2009년 2월10일 취임한 윤증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이틀 만에 이성태 전 한은 총재로부터 금리 인하라는 '선물'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2008년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행진의 마지막 발걸음이었다. 윤 전 장관은 바로 다음날 한은 문턱을 넘어 이 전 총재를 만났다.

두 번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경제사령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현 전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를 금통위가 결정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경기고·서울대·펜실베이니아대 선배인 김중수 전 총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김 전 총재는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 아니다"라며 맞섰지만 그의 호언은 고작 한 달 갔다. 한은은 부총리 취임 후 두 번째 금통위가 열렸던 그해 5월9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주열 총재가 새로 취임한 후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는 '찰떡 공조'로 표현될 만큼 좋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2014년 7월17일 국회에서 "한은도 지금 경제상황에 하방 리스크가 많이 생긴 부분을 동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후 취임 5일 만인 7월21일 이 총재를 만났고 한은은 이후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인하했다. 최 전 경제부총리가 말했던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도마에 올려놓기도 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도 취임 일주일 만에 원했던 금리 인상 소식을 접했다. 박 전 장관은 치솟는 물가에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시그널을 보내고 있던 2011년 6월2일 취임했다. 김 전 총재는 박 전 장관 취임 이후 첫 금통위가 열린 6월10일 시장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같은 날 박 전 장관이 "물가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한은이 정부 눈치를 너무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다만 한은에 대한 공세와 '고환율 정책'으로 유명했던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은 취임 7개월여가 지난 뒤인 2008년 8월 되레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 오른 5.25%) 소식을 받아들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발간한 그의 비망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 실록'을 통해 한은을 "외환시장의 절대군주 차르"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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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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