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윤택 "연희단 거리패 30주년, 진정한 게릴라 되어 다시 시작"

연희단 거리패 30주년 기자 간담회서

1986년 7월,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 아래의 허름한 건물(가마골 소극장)에서 시작했다. 3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민간 소극장이 들어서고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자며 연극인들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한국 대표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태어났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 밀양 연극촌을 중심으로 연극판을 키워 온 연희단거리패는 어느덧 이립(而立)의 나이가 되었다.

“연극인이 진정한 게릴라가 되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 30년 소감을 밝히는 연희단 거리패의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 이윤택(사진) 연출은 자축보다는 반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이 연출은 30년 전 회사 퇴직금을 탈탈 털어 가마골 소극장을 개관한, 연희단 거리패의 산파 같은 존재다. 그는 12일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열린 연희단 거리패 3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언제부터인가 연극인이 연극을 연극답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극의 본질인 소극장에서 세속화에 저항하며 맞짱을 뜰 때”라고 강조했다. “대단히 재미있고 화끈하고 불편하고 징그러운 작품”으로 “개판의 시대에는 깽판으로 대응한다”는 게 이 연출의 계획이다.


연희단 거리패는 30년간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다. 그렇기에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과 담론이 사라진 채 세상 잡설만 무성해진 연극판”에 대한 이 연출의 안타까움은 말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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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지원 심사 탈락 및 정치 검열 논란에 마음고생을 한 이 연출은 “좌우의 굴레 속에서 연극이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라며 야심 찬 캐스팅 계획도 밝혔다. “올해 공연에서 유인촌과 명계남을 무대에 꼭 세우고 싶어요. 물론 그 사람들이랑 이야기된 것은 아니고. 하하.” 역시 이윤택다운 깽판이다.

연희단 거리패의 치열한 고민과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먼저 3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방바닥 긁는 남자’를 공연한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밀려난 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2009년 초연작으로 가마골 소극장 대표로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4월 숨진 고(故) 이윤주가 연출했다. 이번 공연은 이윤택이 이윤주 연출의 무대를 재연해 연출하고, 홍민수, 김철영, 조승희 등 초연 배우들과 연희단거리패 신인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10월엔 이윤택의 신작 ‘꽃을 바치는 시간’을 선보이고, 이에 앞선 7월엔 원로작가 윤대성의 7년 만의 신작인 ‘첫사랑이 돌아온다’가 공개된다. 이 밖에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이자 배우인 김소희가 연출하는 우리극연구소의 ‘오이디푸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햄릿’, 사무엘 베케트의 ‘엔드 게임’을 이윤택이 연출하는 ‘마지막 연극’ 등도 준비돼 있다. 9월엔 대학로에 ‘연희단 거리패 삼공스튜디오’를 열어 대표 레퍼토리를 금~일 공연하고 젊은 연출가들의 워크숍 장소로 제공할 계획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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