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부합동대책반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입주기업들의 지원 방안 수립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합동대책반은 약 84만㎡ 규모의 개성공단 부지를 기존 산업단지에 마련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용지를 찾는 것보다 산단 내 미분양 용지에 입주기업들을 수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책의 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일반산업단지를 포함한 전국 산업단지 분양률은 94.1%(221만2,000㎡ 중 197만4,000㎡)에 달한다. 산업단지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가산업단지의 분양률은 98.3%(259만9,000㎡ 중 255만4,000㎡)다. 그나마 남아 있는 미분양지역은 공간이 협소하거나 입지 조건이 좋지 않아 사실상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들어갈 만한 부지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강원도(83.5%)와 충청도(89.5%)의 분양률은 80%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공업 부문이 자리 잡기에 적당한 입지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2015년 11월 기준 섬유·의복과 기계, 전기·전자 기업은 서울 구로와 반월, 시화, 남동, 부평 등 수도권 국가산업단지에 70% 이상 몰려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의 가동 기업 현황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80%가 섬유·의복과 기계 부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의류 제조업을 운영하던 신 모씨는 “산업단지 내에 같은 업종이 많이 모여 있어야 인력 구하기도 쉽고 집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부지에 설비를 다시 갖추는데도 최소 1~2년은 걸릴텐데 기껏 마련해놓고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낭패”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에 대체 부지를 마련한다고 해도 문제다. 수도권 지역의 인건비는 개성공단의 인건비와 비교하면 턱없이 높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주 48시간 이내 근무에 월 최저임금은 73.57달러로 원화로는 약 8만9,000원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이므로 같은 노동시간으로 계산할 경우 월 최저임금은 115만7,000원이 된다.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해도 노동자 한 명당 생산비용이 개성공단보다 13배나 높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고용했던 근로자 수가 800명이 넘는다”며 “정부에서 국내에 부지를 마련해줘도 생산비용이 높아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