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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인 세계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고 예금금리가 0%에 수렴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일 냉온탕을 오가며 불안정하다. 투자처를 찾는 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츠(REITs)란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이다. 리츠 회사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개발, 임대, 매매 등을 통해 이익을 거두면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리츠가 주목받는 것은 적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자금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호텔, 빌딩 등 대규모 부동산 신규개발도 활발해진다.
다이와종합연구소 런던리서치센터의 칸노 야스오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한발 앞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유럽에서는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등 각국의 경제상황도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국 증권전문매체 나스닥에 따르면 최근 미국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전자상거래(e-커머스) 부문의 호황, 일자리 증가 등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의 사무실의 1평방피트당 유효임대료는 2010년 3분기 22.05달러에서 2015년 4분기 24.98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부동산 시장 전문 조사업체 라이스(REIS)는 발표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몰려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호텔, 관광지 등에 대한 개발 수요가 상당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후 리츠의 투자수익률은 채권 등 다른 투자상품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미국 리츠투자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리츠 인덱스펀드의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수익률은 188%로,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무려 16%에 이른다.
하지만 리츠 투자에도 불안요소는 있다. 우선 글로벌 시장의 상업용, 주거용 부동산의 초과 공급이 누적돼 있다. 이에 따라 REIS가 조사한 미국 아파트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4.2%에서 4분기 4.4%로 올라가는 추세다.
최근 나타나는 달러, 엔화 등 주요국 통화 강세도 리츠의 수익률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증권매체 나스닥은 최근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리츠 회사들이) 해외에서 보유한 부동산의 가격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며 "또 수출이 감소하고 사업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규모 확장에 나서는 걸 주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리츠의 자금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금리 역시 영원히 바닥을 친다는 보장이 없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긴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세계 경제의 압력이 미 경제에도 위험을 던지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위험들이 연준의 금리 정책 변경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것인지를 결론짓기 이르다"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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