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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다음달 출시를 앞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Niro)'의 친환경 이미지를 감추는 마케팅을 택했다. 개발단계부터 하이브리드 전용차로 만들어졌지만 저유가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친환경차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다음달 선보이는 '니로'를 '기아차 최초 소형 SUV'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판매한다. 그동안 강조했던 '최초 하이브리드 전용 SUV'라는 타이틀은 순위에서 밀려났다.
기아차가 이런 선택을 내린 것은 저유가로 친환경차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야심 차게 출시한 첫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의 흥행 실패도 한몫했다. 현대차 준중형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은 내수시장에서 연간 1만5,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낮은 기름값으로 하이브리드는 물론 친환경차 전반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지난달 기대보다 못 미친 493대를 팔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기아차는 '탈(脫)하이브리드'를 택하고 니로의 경쟁자로 지난해 인기돌풍을 일으킨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를 지목했다. 하이브리드차의 한계를 넘어 지난 한 해 4만5,021대를 판매한 티볼리를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니로가 하이브리드차에 국한돼 마케팅을 펼친다면 높은 판매량을 거두기 힘들지만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소형 SUV 시장에 기아차가 처음 뛰어들었다는 점을 어필하면 승산이 있다"며 "일단 올해 판매 목표를 르노삼성 QM3의 지난해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내부적으로 정해 공격적인 판매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기아차가 판매한 하이브리드차는 6,505대(K5 3,451대·K7 3,054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티볼리와 QM3, 한국GM의 트랙스 등이 포진한 소형 SUV 시장은 연간 8만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티볼리와 비교해 축거가 100㎜나 커 실내공간이 넓은데다 하이브리드차라는 이점 때문에 연비까지 좋다"며 "연비 좋은 소형 SUV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니로는 남양디자인센터와 미국디자인센터가 협업해 만든 차량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1.6 카파 GDI 엔진 및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가 탑재됐다. 기아차는 니로를 국내외 시장을 합쳐 연간 6만5,000대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HEV), 내년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으로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