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춘제특수 '극명 대비' 신구 면세점… 이래저래 한숨만

폐점 앞둔 면세점 북적이고… 신규 면세점은 파리만 날려…

2016년 2월 11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4)
지난 11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유커들이 매장을 가득 메운 채 쇼핑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물산
HDC신라면세점
지난 11일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 한 고객이 텅 빈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박우인기자

● 5월 폐점 롯데 월드타워점

대형버스 주차 동선까지 배려 쇼핑 인프라에 유커 문전성시

고객 대부분 폐점하는지 몰라… "새 건물인데 왜 문 닫아요?"

● 오픈 두달 갤러리아·신라

어쩌다 눈에 띄는 고객은 내국인… 단체 관광객은 가뭄에 콩 나듯

명품 입점 늦어지고 홍보 미흡 탓… 여행·쇼핑 등 콘텐츠 부족도 한몫


"명동(면세점)보다 넓고 쾌적해 좋은데요. 새 건물 같은데 왜 문을 닫습니까?"

지난 11일 오후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만난 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이렇게 답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춘제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면세점에 들른 유커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화장품, 패션잡화가 진열된 7층은 물론 명품 매장인 8층까지 빠짐없이 훑어보고 있었다.

중국인 첸(41)씨는 "직원들이 중국어를 잘해서 쇼핑하기 편하다"며 "가이드가 새로 지은 곳이라고 하더니 시설도 좋다"고 말했다. 제리 양(24)씨도 "원하는 브랜드가 다 있고 의사소통이 편하다"며 쇼핑 인프라를 칭찬했다.

장사가 잘 되는 건 단순히 중국어가 잘 통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통상 서울 외곽에 숙소를 잡는 단체관광객들이 용인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 등을 관광할 경우 거쳐 가기 좋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빼곡이 들어선데다 대형버스로 도착한 유커가 지하 1층에서 매장까지 곧장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 등도 시너지를 냈다고 업체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5월 중순께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특허권을 빼앗겨 갱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점 소식을 알고 있는 유커는 드물었다. 유커 대상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좋은 일도 아니어서 폐점 방침을 전달하지 않고 신축과 동시에 새로 옮겨온 곳이라고만 말했다"고 말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몰려드는 유커를 바쁘게 응대하는 가운데서도 매장을 닫아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지었다. 한 직원은 "파견직이든 면세점 소속이든 자리가 있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폐점 반대 서명운동도 펼치는데 관심이 높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폐점을 앞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유커 문전성시로 춘제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반면 지난해 말 새로 오픈한 여의도 갤러리아63 면세점과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유커를 유치하지 못해 울상이었다.

이날 갤러리아63 면세점은 평일임을 감안한다해도 오가는 고객 없이 자못 고요했다. 개장 30분 후 3층 전체를 통틀어 고객은 딱 3명, 10분 정도 지나자 단체로 방문한 유커 20여 명이 들어왔다. 정오 무렵에서야 각 층마다 10여 명 정도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관광버스 기사 곽 모(60)씨는 "여의도 면세점은 어쩌다 한 번씩 온다. 지금 관광버스가 6대 있는데 45인승이지만 다 차지도 않고 어떨 땐 10명 남짓 타고 올 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내창구의 한 직원도 "날이 좋아 외곽으로 나가서 그런지 오늘은 손님이 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시각 용산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내국인 고객이 없었다면 텅 빈 매장이나 다름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내국인 할인 마케팅에 적극 나선 때문인지 유커보다 한국인이 더 많다"며 "13일까지 춘제 연휴지만 중국 손님이 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신규 면세점이 춘절 특수를 누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프리 오픈' 일정에 쫓겨 면세쇼핑의 꽃인 명품 입점이 늦어진 점을 우선으로 꼽는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경우 다음 달 그랜드 오픈까지 명품 브랜드를 자유롭게 쇼핑하기 힘들고 갤러리아63 면세점은 명품 입점을 위해 1층을 비워둔 상태다. 영업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커 대상 홍보가 미흡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아울러 여행 등 쇼핑과 연계된 각종 콘텐츠가 부족한 점도 이들 신규 면세점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수민기자·29기 견습기자

noenem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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